시설장애인의 역습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박종필 | 2010|Documentary|Color|HD|53min 50sec

SYNOPSIS

“퇴소 2009년 6월 4일 오후 2시.
우리는 더 이상 시설에서 살지 않습니다!
우리를 시설에 가두지 마십시오! 시설에서 나올 것입니다!”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던 여덟 명의 장애인이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다. 비리시설인 석암재단의 민주화를 위해 일 년 넘게 투쟁했던 장애인들이 이제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자립주택을 제공하라!탈시설 5개년 계획을 수립하라!활동보조 시간 확대하고 대상 제한 폐지하라!

서울시만 해도 70%의 시설 장애인이 퇴소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여건이 되지 않아 많은 장애인이 시설 안에서, 그리고 시설보다 더 시설 같은 골방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8년 12월 말 장애인과의 면담을 통해 자립생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8명의 농성 장애인과 연대단체의 62일간의 끈질긴 투쟁에 결국 서울시는 2010년부터 자립생활가정을 시범사업하고,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시설퇴소 장애인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 결국 여덟 명의 장애인은 농성을 풀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이 영화가 수용시설의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올 결심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FESTIVAL & AWARDS

2010 제8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DIRECTOR

박종필

1998 < IMF한국, 그 1년의 기록-실직노숙자 >
1999 < 끝없는 싸움-에바다 >
2002 <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 >
2003 < 노들바람 >
2007 < 거리에서 >

STAFF

연출 박종필
제작 다큐인
각본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촬영 박종필
편집 박종필
음악 한낱

PROGRAM NOTE

2009년 6월,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여 년까지의 자유를 타의에 의해 저당잡혔던 8명의 시설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요구하며 시설에서 퇴소한다. 몇 장의 사진들이 지난한 삶을 증언할 뿐 그들이 보냈을 참혹한 시간들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분명히 숨을 쉬며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을 것을 요구받았던 그들이 야외농성까지 불사하며 요구하는 것은 의외로 짧은 하나의 문장이다.「같이 좀 삽시다.」 영화 속 기자회견장의 목소리에 따르면 장애인요양시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시설장애인들은 서울 내에서만 7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시설이 건재하는 이유는 자명해보인다. 국가는 그들을 격리하되 이후에는 침묵하고, 국가의 침묵은 그대로 장애인가족의 책무로 위임되며, 가족들은 점점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에 지쳐가기 때문이다. <끝없는 싸움-에바다>(1999)이후 꾸준히 장애인 문제에 천착해온 감독은 침묵하는 국가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장애인과 활동가들을 따라가며 장애인문제를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폭력적인 시선에 물음표를 던진다. 이 영화는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문제에 대한 시각을 재편성하기를 요구하는 한편,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이라는 미봉책이 도덕으로 인정받는 사회의 지루한 관습에 역습을 가하고 있다.

김수연 / 서울독립영화제2010 데일리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