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4-득우, 두 모과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본선경쟁작(단편)
이지상 | 2007|Fiction|DV|Color|25min 11sec
SYNOPSIS
시골 나무에 두 모과가 달려 있었습니다.
한 모과는 서울(도시)로 갔고, 다른 한 모과는 시골에 남았습니다.
서울로 간 모과는 삼 일째 되던 날부터 썩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썩기 시작한 날부터 칠일 만에 온 몸이 다 썩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에 남은 모과는 삼일, 열흘,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노란색 그대로 제 빛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 간 지 열흘이 채 안 돼 온 몸이 다 썩은 모과는 쓰레기통에 버려졌습니다.
시골에 남아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노란색 그대로인 모과는 땅으로 돌아갔구요.
한 나무에서 나고 자란 두 모과가 이렇게 운명이 갈린 걸 두고
‘그건 신만이 아실 거야.’하고 말할 순 없을 겁니다.
DIRECTING INTENTION
깨달음을 찾아 나서는 길, 그 여정을 소를 찾아 나서는 길로 비유해 열 장의 그림으로 그린 것이 십우도다. 이번 작품은 ‘소를 잡다.’에 해당하는 네 번째다. ‘잡다.’는 것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일 터인데, 도대체 그 깨달음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잡을 수 있다는 건가? 영화는 이런 질문과 대답을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로 미끄러져들며 풀어보려고 한다.
DIRECTOR

이지상
1998 <탈순정지대>
1998 <둘 하나 섹스>
1999 <돈오>
2000 <그녀 이야기>
2002 <원적외선 (<사자성어> 중)>
2004 <십우도1. 심우-소를 찾아서>
2005 <십우도 2 - 견적 見跡>
STAFF
연출 이지상
기획 임덕배
제작 김일권
각본 이지상
촬영 이지상
편집 강미자
PROGRAM NOTE
눈이 오는 시골 산야에 노랗게 모과 열매가 매달려 있다. 감독은 눈이 내리는 나무 밑에서 어렵사리 모과를 딴다. 모과 하나는 서울로 보내지고, 나머지 하나는 시골에 남는다. 서울의 모과는 금새 썩어버리고, 시골의 모과는 싱싱하게 제 빛을 자랑하고 있다. 영화는 이런 단순한 줄거리를 이미 자막으로 모두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이지상 감독의 연작인 <십우도 4 - 득우, 두 모과>는 자연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돌연 문경이라는 시골로 귀농해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벗삼으며 홀로 카메라를 들거나 땅에 내려놓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 자연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인 영화라고 할까.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농부의 일하는 모습과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감독 자신의 심경을 은근하게 담아내고 있다. 모과에 관한 이야기 속에 메시지를 포개놓은 <십우도 4 - 득우, 두 모과>는 더욱 단촐해졌다. 줄곳 혼자서 촬영한 영화는 셀프 다큐멘터리의 요소와 극영화의 요소가 미묘한 지점에서 충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있다. 시골에서 차를 기다리는 감독의 뒷모습이 전철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편집되어 있거나, 서울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옆 시든 나무 사이에 편지가 끼워져 있는 장면들은 감독의 영화 속 메시지일 것이다. 어쨌든 두 모과 중 하나는 쓰레기가 되고, 하나는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 둘의 운명은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일까? 그리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득우(得牛)에 이르렀을까? 영화와 감독의 마음이 자연그대로 관객과 소통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영각 / 서울독립영화제2007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