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경쟁단편
이서희 | 2017 | Fiction | Color | DCP | 24min 2sec (E)
SYNOPSIS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집을 나온지 며칠 된 혜진은 갑자기 생리를 하기 시작한다.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혜진은 친구 수정에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쫓겨나듯 나온다.
혜진은 일자리를 찾으려고, 생리대를 얻으려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난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 이야기는 표면적으로 가출을 한 혜진의 가출 일기처럼 보인다. 실은 그 안에서 홀로서기를 마주하게 된 주인공이,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한국에서 여성에게 미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질문에서 영화는 시작되었고, 그 중에서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인 십대에서 여성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혜진을 통해서 결핍되고 불안한 사회가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여성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싶다.
더 나아가 이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사회적 문제 의식을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사회가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드는지, 함께 지켜보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FESTIVAL & AWARDS
2017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DIRECTOR

이서희
2014 <어떤만남>
STAFF
연출 이서희
제작 단국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각본 이서희
촬영 최택준
편집 이서희
조명 최택준
출연 오유진
PROGRAM NOTE
고등학생 혜진이는 무슨 영문인지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금요일 밤엔 남자친구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갔어야 했는데 그만 깊게 잠이 들었다. 남자친구의 엄마는 예의 없이 방을 급습하고, 혜진은 도망치듯 나온다. 그리고 한동안 만나지 않았던 수정에게 도움을 구한다. 생리통은 점점 심해진다. 수정을 만나러 간 학원에서 진통제를 받아먹는다. 수정에게 생리대를 구한다. 그리고 하룻밤 신세를 진다. 수정이의 엄마는 혜진의 방문이 못마땅하다. 혜진은 동이 트기도 전에 수정의 집에서 야반도주하듯 몰래 나온다. 수정이 급하게 빌려준 오천 원으로는 생리대를 살 수 없다. 대신 약국에서 진통제를 한 곽 산다. 더 이상 도움을 구할 곳이 없다. 학교에 간다. 썬데이,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는 혜진은 아무도 오지 않는 학교에 들어가 교실 사물함을 뒤져 쓸만한 것들을 찾아 가방에 쓸어 담고 아픈 배를 움켜쥐며 책상 위에 눕는다. 잠시 눈을 감는다.
<썬데이> 속 어른들은 아무 쓸모가 없다. 자기 자식만의 안위가 중요하다. 혜진의 곤궁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건 또래 아이들뿐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혜진의 삶을 구할 수 없다. <썬데이>는 그 자체로 지독하고 적나라한 가난의 풍경이지만, 혜진은 스스로의 풍경을 갖지 못한다. 배경 없는 것들은 자신의 풍경을 가질 수가 없다. 혜진은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무료 생리대를 구하려 극장에 간다. 도저히 오늘 밤은 기댈 곳이 없다. 혜진의 등 뒤로 풍경처럼 펼쳐지는 거대한 광고판에는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가 한창이다. 혜진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곤궁하다. 혜진의 세계가 블록버스터의 파괴장면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수정의 집에서 하루 더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혜진이 처음으로 자신의 처지를 낙담하며 뱉었던 대사, ‘이제 어디로 가지’
이 대사가, 이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지’라는 질문으로 들린다.
안보영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