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맛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단편

김인선 | 2014 | Fiction | Color | DCP | 26min 30sec

SYNOPSIS

경언과 진언, 그리고 엄마. 부족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이 가족에게 새로운 식구가 생기려 한다. 엄마의 재혼을 앞두고 경언은 일곱 살 때 이후로 본 적 없는 친아버지를 떠올리고 그를 만나러 간다.

DIRECTING INTENTION

주인공 경언이 가족을 통해 느끼는 친숙함 또는 낯선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FESTIVAL & AWARDS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인선

김인선

2011 <내 자전거>
2011 <스테파니>

STAFF

연출 김인선
제작 최익환
각본 김인선
촬영 이성은
편집 김인선
조명 한만욱
음악 최용락
미술 김현지
출연 김이정, 김준배

PROGRAM NOTE

“눈은 아빠 닮았지.” 엄마의 재혼으로 새 가족이 생기게 될 초등교사 경언. 엄마의 재혼상대와 그의 중학생 아들과의 식사를 마치고 돌아 온 날, 괜스레 마음이 싱숭한 경언은 엄마와 함께 잠을 청하려던 중 엄마와 닮은 구석이 없다며 투덜대던 진언에게 아빠 눈을 닮았다고 하는 엄마. 그 말에 예전 앨범을 뒤지던 중 어린시절 누군가에게 안겨 찍은, 한쪽이 찢긴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곤 친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오랜만의 만남에 그녀는 아버지의 모습이 낯설다. 둘 사이의 어색한 공기를 뚫고 시작한 대화는 데면데면하게 붕 뜨기만 한다.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젊은 이주여성 하미와 갓난쟁이 아들 민수와 가정을 꾸렸다. 그녀는 그들을 보고 감정이 조금 동요한다. 민수와 눈이 닮았다는 후미의 말에 경언은 흔들리는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황급히 그 곳을 빠져 나온다. 정적이고 차분한 속도로 주인공의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는 흔한 ‘잃어버린 부모 찾기’ 류의 영화들과는 반대로, 극적이지 않고, 신파적이지 않게 아버지의 부재와 그 부재를 확인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줘 오히려 묵직하게 그녀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돌아오는 길에 들키지 않게 선글라스로 가린 눈에는 눈물 한 줄기가 흐르지만, 경언은 그녀의 ‘식구’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알 수 없는 서글픔이 원망과 애틋함 사이를 오갔지만, 서로에게 다른 인생이 분명하게 존재함을 인정한다. 그녀가 아버지를 또 만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치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그와 제대로 마주하고, 헤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희미해져 있는 아빠의 맛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빠가 (마지막일지도 모르게) 선물한 치킨은 참 맛있다. 퇴근 후 갓 튀겨진 치킨을 들고 집으로 돌아올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지만 (혹은 필요하지 않지만), 그를 대신 할 치킨이 여기 있다. 세 식구는 치킨을 맛있게 먹는다. 쩝쩝쩝. 어쨌든 치킨은 맛있으니깐.

김지연/서울독립영화제2014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