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뻣뻣한 하루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소라 네오 | 2025 | Fiction | Color | DCP |11min (KN) Korean Premiere
TIME TABLE
| 11.28(금) | 14:10-15:39 | CGV압구정(본관) 3관 | KN, G |
| 11.29(토) | 24:00-05:39 (익일) | CGV압구정(신관) 4관 | 15 |
| 11.30(일) | 15:40-17:09 |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 KN, G |
SYNOPSIS
괴이한 꿈에서 깨어난 뒤 극심한 목 통증에 시달리는 한 여자는, 평범한 움직임조차 견디기 힘든 하루를 보내기 시작한다. 아침 일과를 이어가며 활기찬 어린 딸을 돌보느라 애쓰는 그녀의 일상 속에서, 기억과 꿈이 뒤섞여 과거와 현재를 초현실적으로 탐색하는 여정이 펼쳐진다. 세상을 떠난 어린 시절 친구의 선명한 기억, 끊임없이 절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악몽, 그리고 출근길에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현실이 교차한다. 이러한 기억과 상상의 파편들은 상실의 무게, 모성, 그리고 존재의 고통이 메아리치게 한다. 하늘을 잠시 올려다볼 수도 없을 만큼 목을 들지 못하는 그녀는, 무너져가는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지탱하며 살아가야 하는 고통과 일상의 생활 사이에서 그 섬세한 균형을 마주해야만 한다.
DIRECTING INTENTION
영화 <어느 뻣뻣한 하루>의 원작인 나라자키 모모에의 단편 그림책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I Will Go Ahead)』의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 세상에 의해 굳어지기를 거부한다. 그녀는 딱지를 뜯어내고, “웃으면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어둡고 초현실적인 공간―서커스 같은 세계―로 들어간다.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만, 결국 그녀는 해방을 맞이하며 문자 그대로 ‘프레임 밖으로’ 걸어나간다. 나라자키는 단순한 그림체를 통해 일상의 숨은 폭력을 온몸으로 느끼는 한 신체의 생생한 이야기를 불러 일으킨다. 배우 안도 사쿠라는 자신의 신체 속 ‘움직임(Emotion)’의 기계적 감각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으로 이 이야기를 구현하기에 완벽한 인물이 된다. 신체는 매우 섬세한 그릇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질을 견디며, 그 형태가 일그러질 수도 있다. 왜 우리의 생계가 폭력에 인질로 잡힌 체제 속에서 우리는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정말로 그곳에서 벗어날 길은 존재하는가? 이 영화는 바로 그 질문들과 감정의 탐색이다.
FESTIVAL & AWARDS
2025 제7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미래의표범 단편작가경쟁 황금표범상
2025 제44회 밴쿠버국제영화제
2025 제54회 누보시네마영화제
2025 제21회 부쿠레슈티국제영화제
2025 제63회 비엔나국제영화제
DIRECTOR
소라 네오
2020 더 치킨
2022 슈가 글라스 보틀
2023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2024 해피엔드
STAFF
연출 소라 네오
제작 NOWNESS China, Zakkubalan
프로듀서 Lawrence XIAO
각본 소라 네오
원작 나라자키 모모에
촬영 오다 카오리
편집 나가이 마나카
출연 안도 사쿠라
PROGRAM NOTE
한 여성이 꿈에서 깨어나려 애쓴다.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더욱 초현실적으로 어두컴컴하다. 잉마르 베리만 영화의 인물처럼 암흑에 둘러싸인 공간에 누워 버둥거리던 그녀는, 마치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처럼 딱딱한 껍데기를 신체에 둘러싼 듯이 뻣뻣하게 움직인다. 계속하여 뻣뻣한 동작으로 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불현듯 크게 상처 입으며 기묘한 탈피의 과정에 들어선다. <해피엔드>로 이름을 알린 소라 네오 감독의 단편 <어느 뻣뻣한 하루>는 감독의 일관적인 작가성을 뚜렷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거시 권력의 과학적 통제와 폭력, 그 속에 사는 개인의 제약과 쇠약을 어느 우정의 균열로 나타냈던 <해피엔드>처럼 <어느 뻣뻣한 하루> 역시 근미래 디스토피아의 발상 아래에 사는 작은 인간의 초상을 그린다. <해피엔드>의 두 주인공 유타와 코우가 세계의 고통을 열렬히 인식하는 과정을 겪었다면, <어느 뻣뻣한 하루> 속의 인물은 그 고통에 익숙해져 다소 초연해진 단계에 있는 듯도 하다. 미니멀한 극적 구조에 다수의 상징적 오브제를 교차로 곁들이고, 숏의 낙차를 과격하게 활용하는 소라 네오의 연출이 안도 사쿠라의 위대한 무표정과 합쳐져 관객의 심상에 조용하되 묵직한 펀치를 날려댄다.
이우빈 / 서울독립영화제202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