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애와 다른애 그리고 레이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단편

이현경 | 2020 | Fiction | Color | DCP | 29min 22sec (E)

SYNOPSIS

갈 곳 없는 어떤애와 다른애는 재건축 아파트에 몰래 들어가 노숙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버려진 강아지 레이를 만나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소중한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 시대.

FESTIVAL & AWARDS

2020년 제9회 대구여성영화제

DIRECTOR
이현경

이현경

 

STAFF

연출 이현경
조연출 장현지
각본 이현경
촬영 이수광
편집 이현경
동시녹음 김민지
사운드 전보영
미술 이현희
출연 이현경, 김지숙, 레이

PROGRAM NOTE

바람이 심하게 부는 야외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은 길 위에서의 삶이 힘든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젊은 여자는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우고 주민들이 퇴거한 빈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둘은 틈을 찾기 위해 건물을 샅샅이 뒤지지만, 빈집의 빈틈을 찾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어렵게 열리는 문을 발견한 이들은 빈집이어야 할 곳에서 버려진 개를 발견한다. 작고 아픈 개는 콧물을 흘리며 기침을 한다. 개는 레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어떤애와 다른애 그리고 레이가 드디어 만났다.
거처를 마련한 이들은 부지런히 하루를 보낸다. 공중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버려진 물건들을 열심히 뒤진다. 팔 수 있는 옷을 구해 사진을 올리고, 옷을 팔아 따뜻한 음식을 사 먹는다. 슈퍼에서 산 레이의 사료는 부지런한 하루 중 가장 비용이 큰 지출이다. 밥을 잘 먹어도 차도가 없는 레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찾아가고, 비싼 병원비에 좌절하며 레이의 반려사람의 연락처를 알게 된다. 실수나 사고가 아니라 레이는 버려진 것이 맞았다. 그리고 영화 제목에서 ‘애’라고 불린 둘은 레이에게 가장 책임감 있는 보호자가 된다.
가출 청소년 중 특히나 미성년 여성들은 가출 이유와 그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가 언급되거나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등, 성적 대상으로 묘사되기 쉬운데 영화에서 어떤애와 다른애는 오롯이 빈집을 점거하며 일상을 열심히 꾸려 나가는 능동적 주체로 보여 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 스스로 집 밖을 선택한 이들이 타의로 집 밖에 버려진 유기견을 만나 보살피는 시간은 책임 있는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사는 것이 마땅한지에 대해 단순하지만 무게 있는 고민을 던져 준다.

이원우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