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국내초청(장편)
태준식 | 2011 | Documentary | Color | HD | 102min
SYNOPSIS
창신동. 좁은 골목들 사이로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 곳에 한 할머니가 있다. 작은 선녀라는 뜻의 이소선. 큰 아들 전태일의 죽음 이후 빼앗긴 이웃의 고통과 그들의 전쟁 같은 삶에 항상 함께 했던 그녀. 스스로의 힘으로 아름답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 온 이소선. 흔들리지 않았던 긴 시간이 만들어낸 올곧음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기대하는 모든 이들의 어머니가 되었던 이소선. 그리고 전태일과 이소선의 마지막 날 아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젊은 예술가 백대현, 홍승이. 가늠할 수 없는 그날의 고통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놓고 힘겹지만 아름답게 승화시킨 그들에게 이소선의 삶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 작품 '어머니'는 카메라를 통해 그녀의 삶의 마지막 한때를 같이 울고 웃었던 그녀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이야기이다.
DIRECTING INTENTION
애초의 시작은 그랬다. 불안과 위기의 시대. 모든 이들의 어머니라 부르는 인물에게 카메라를 핑계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였다.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그녀에게 접근해 들어갔고 활자와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그녀를 나의 촉각과 시각으로 담기 시작했다. 그저 보통의 할머니와 다르지 않았다. 방송의 언어로 그녀를 다뤄야 하나,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었는지, 그녀에게 빚을 졌다 이야기 하는 한 시대의 연유가 짐작되어 갔고 그녀 또한 허물없이 진심을 다해 카메라와 나를 대해갔다. 하지만, 그녀는 시간을 이기지 못했고 지금은 없는 존재가 되었다. 위로는커녕 툭하면 혼나고 심부름을 해야 했던 나는 애초의 의도 따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잊어버린 지 오래다. 이제는 삶의 마지막 한때를 같이했다는 이유로 나는 그녀를 통해 세상을 위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상실감을 스스로 치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스스로 빛을 내고 향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꽃과 같았던 한 인간을 통해서 말이다.
FESTIVAL & AWARDS
2011 광주인권영화제/개막작
2011 강릉인권영화제
2011 제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IRECTOR

태준식
1997 <총파업 투쟁 속보 1 ․ 2호>
1998 <자본의 위기를 노동의 희망으로 1998 전진!!>
1999 <꼭 한 걸음씩>
2000 <인간의 시간>
2001 <마마 노동자들 - 전태일 열사 분신 30주기 추모 옴니버스>
2003 <필승 Ver 1.0 주봉희>
2005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2006 <또 다시, 봄>
2006 <농담 같은 이야기 - 저작권 제자리 찾아주기 프로젝트 1.0>
2007 <필승 Ver 2.0 연영석>
2008 < shared streets 샘터분식 - 그들도 우리처럼>
2010 <당신과 나의 전쟁>
STAFF
연출 태준식
제작 김화범
촬영 손경화, 신임호, 태준식
편집 태준식
출연 이소선
조연출 정동욱
PROGRAM NOTE
전태일의 어머니이자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리운 이소선.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40년동안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의 현장을 지키며,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던 그녀는 이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그녀의 말년을 차분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 힘없는 자들을 위해 투쟁했던 투사의 이미지도. 그녀가 어떤 훌륭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증언도 없다. 다만 아들이 차려주는 음식을 힘겹게 먹으며,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아들 전태일의 묘지를 방문해 벌초를 하라고 핀잔을 주며, 편치 않은 몸에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시종일관 담배를 피워무는 늙은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을 뿐이다. 영화는 그녀가 누군가들의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걷는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항상 누군가를 앞에서 끌어주었던 그녀가 이젠 젊은이들에 의지해야만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 속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리우길 좋아하며 간간히 과거를 회상하는 소박한 모습의 '어머니' 그대로이다. 태준식 감독은 [엄마, 안녕]이라는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를 통해 이소선 어머니를 어떻게 체현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소선 어머니는 어떻게 현재적으로 재현 혹은 표현될 수 있을 것인가? 그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이기도 할 터이다. 투쟁하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기를 걱정했던 그녀가 김진숙 지도위원을 걱정하는 잠깐의 모습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를 담으며, 다만 그녀가 누군가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맑게 울리는 이아립의 노래는 다소곳하며, 그녀의 곁에서 마지막을 함께 하는 카메라는 말 못할 만큼 먹먹하다.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2011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