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의 아들

서울독립영화제2019 (제45회)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이상인 | 1991 | Fiction | Color | DCP | 82min

SYNOPSIS

대학 3학년인 인영은 학생 운동과 노점상을 하시는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하며 힘들어한다. 결국 인영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삶을 선택하게 되나 친한 동료인 상호의 분신에 인영은 다시 동료들에게 돌아온다. 인영과 어머니의 고통은 다시 시작되고 ‘남북한 통일정책 비교연구’라는 교지글로 인영은 지명수배를 받는다. 사실을 안 어머니는 기관을 다니며 인영의 선처를 부탁하고 기관원들은 어머니의 모정을 이용, 인영의 동료인 경희를 붙잡아들인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실천행위에 대한 연관성을 느끼며 서서히 변화를 갖는다. 결국 검거된 인영은 모진 고문과 협박을 받게 되고 어머니는 인영에게 진실한 용서를 구한다. 그리곤 아들의 뜻을 조금이라도 돕기위한 어머니의 노력이 시작된다.

DIRECTOR

이상인

1989 <깡순이, 슈어 프로덕츠 노동자> 

1996 <낙타뒤에서> 
1999 <질주> 

 

STAFF

연출 이상인
기획 남궁균, 정진아
각본 김응수, 김을란, 신영호
조연출 이영식, 조현일
제작부 김인수, 최문희, 이근혜
촬영 김용균
촬영부 김용근, 심원준
조명 안대섭, 최순열
녹음 동양녹음실
현상 셋방현상소, 영화진흥공사현상소
음악 윤민석, 김신애
분장 박연풍, 박유나
의상 김경실
미술 강성봉
편집 이선미
특수효과 장윤봉
출연 김지영, 홍정욱, 이준혁, 최로사, 최현철, 김만식, 황대영, 이영구, 박정순, 유경애, 엄경화, 권오현

PROGRAM NOTE

최재성, 최수종, 이미연 등이 주연한 KBS 연속극 <사랑이 꽃피는 나무>는 1987년 5월 11일 방영을 시작하여 1991년 7월 3일에 종방하였다. 대학가 젊은이들의 사랑과 연애에 관한 드라마였고 큰 인기를 얻었다. MBC는 1990년 10월 26일부터 1994년 4월 8일까지, 마치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잇는 것인 양 혹은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알리는 것인 양, 장동건, 김찬우, 전도연 등을 주연으로 세운 대학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방영하였고, 인기를 얻었으며, 그 제목은 <우리들의 천국>이었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있는 우리들의 천국’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을 잇는 청춘물의 대명사였다. 시기로 보자면 이상인의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거의 정확히 그 연결 혹은 중간 지점에 있다. 1991년 당시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낮에는 상영 탄압에 맞서 가며 <어머니, 당신의 아들>을 보고 저녁에는 어딘가에서 <우리들의 천국>을 시청하는 일상을 보냈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와 <우리들의 천국> 옆에 <어머니, 당신의 아들>을 놓고 말하려는 시도는 아마 1991년 당시라면 불가능했을 것이고, 시도되었다 하더라도 감히 학생 운동의 고결한 뜻을 더럽히는 불경한 무엇으로 치부되어 모진 손가락질을 감수해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눈으로 다시 보는 이 영화의 성격은 그래서 흥미롭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다소 놀라울 정도로 모종의 청춘물의 양식을 그대로 껴안고 있다.
그러니까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있는 우리들의 천국’의 인물들이 사랑과 연애에 집중하며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한 환상의 위안을 젊은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그와 같은 동시적 시공간을 다루는 이 영화는 그 연속극들이 애써 외면하며 다루지 않았던 주제와 상황에 초점을 맞추되 한 편으로는 청춘물이라는 넓은 차원에서의 동질적인 양식의 힘을 발휘하며 일종의 고뇌하는 청춘물로서의 대안이 되기를 자청한 것이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이라는, 제목에서부터 확연히 느껴지는 모성의 멜로드라마적 성격을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이 일종의 ‘대안적 청춘물’로서의 시도였다는 사실이 지금은 새롭게 강조되어야 하겠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공권력 횡포에 대한 고발, 학생 운동의 대승적 선언 등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큼 강력하고 주요하게 표방하진 않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국 통일”, “열사” 등과 같은 그때 껄끄러웠던 말과 생각은 여전히 지금 들어도 껄끄럽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는 어떤 경직된 아젠다가 설정되어 있진 않다. 우린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청춘들의 근본적인 혼란과 고뇌 가득한 질문들이 오히려 지금으로서는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그 질문은 시대가 제기한 질문이면서도 동시에 시대가 불허한 은밀한 욕망과 연관되어 있었을 것이다.

정한석(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