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것들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국내기획

김경묵 | Korea|2005|Fiction,Documentary|DV|Color|Color|64min 30sec

SYNOPSIS

민수는 아저씨를 만나고 헤어진다.
나와 그에게는 얼굴이 없다.

FESTIVAL & AWARDS

2005 서울독립영화제2005 독불장군상

DIRECTOR

김경묵

2004 <나와 인형놀이>

2005 <내 안의 평안>

2005 <암코양이들>

2005 <머리카락에 관한 기억>

2005 <얼굴없는 것들>

2008 <청계천의 개>

STAFF
PROGRAM NOTE
<얼굴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에서 '없는'은 어디에 어울리는 걸까? '없는'은 얼굴을 강조하는 것일까, 없는 '것'을 강조하는 것일까. 최근 독립영화중에서 가장 강렬한 충격을 던져준 이 작품에 마음을 숨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 마음은 여러개의 결들로 복잡하게 존재하며, 그 마음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최초의 사유이다. 조악한 화면에 대사는 들리지 않는다. 1부는 어둡고 2부는 배경이 화이트 아웃되며 3부는 다시 어둡다. 1부는 고정된 화면에 관객과 인물간의 거리감이 확연하며 2부의 카메라는 움직인다. 카메라가 움직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 남자가 밀폐된 여관에서 섹스를 하는데, 그 장면을 응시하기란 불가능하다. 1부에 나왔던 인물이 홀로 여관방에 앉아 프레임 중앙을 서서히 응시한다. 많은 매체에 소개되었듯이 이 작품은 고등학생과 원조교제를 하는 중년남성, 얼굴을 볼 수 없는 두 남자의 섹스 그리고 홀로 여관방에 남은 고등학생. 이와 같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한 컷씩, 총 60분 동안 오직 3컷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쉽고 2부는 고통스러운데, 가장 심리적 혼란을 주는 것은 1부와 2부가 만나는 지점, 중년남성이 지폐를 쥐어주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당부를 남긴 채 떠난 뒤, 남겨진 고등학생과 '얼굴없는 것들'이라는 타이틀, 그것이 사라지고 시작되는 2부의 접점이다. 2부는 감독 스스로의 다큐멘터리이며, 영화 내에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 영화 밖에서 불려온 것으로, 몇 년 전 감독의 체험을 담고 있다. 2부는 본다는 행위가 참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두 남자의 섹스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낄낄거리며 관음할 수 있었던 1부의 시선은 관음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2부의 시선으로 바뀌고 이 급작스러운 시선의 부딪힘이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심리적 어려움을 줄 것이다. 영화를 영화로 이해해야 된다고 중얼거릴 수 있겠지만 2부는 분명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놓치면 안된다. 감독이 그 스스로의 체험을 이 영화 안에 삽입했을 때, 마치 몇 개의 피를 섞은 듯한 감정이 들며, 그것은 다시 말해 이 영화 안에서 어떤 분노감과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이 이 작품을 창작해야만 했던 시급함들을. 이 젊은 감독에게 애틋한 마음을 숨기기가 어렵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존의 많은 영화들을 무화시킬 수 있는 어떤 절박함을 지닌 이 영화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숨기기가 어렵다.

이유림/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