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무지개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본선경쟁(단편)

정재웅 | 2006 | Fiction | DV | Color | 22min 45sec

SYNOPSIS

신림동 모도서관 야외휴게실, 10분간의 휴식시간.
4명의 사법고시생들이 수다를 떤다.
차기 판검사가 될지도 모를 그들의 대화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그러면서 이어지는 그들의 판타지.

DIRECTING INTENTION

고시패스라는 무지개에 도달키 위해 푸른 청춘을 저당 잡힌 고시생들.
그러나 그 무지개는 젊음을 위태롭게 하는 그저 얼음무지개인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한다.
비단 고시생뿐만이 아닌 꿈을 좇아 목발질하는 우리네 동년배들이여.
뜨겁게 나아가라.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정재웅

정재웅

 

STAFF

연출 정재웅
제작 정재웅
각본 정재웅
촬영 이상현
편집 이상현
조명 정재웅
미술 정재웅
음향 정재웅
출연 정재웅, 김효종, 이화중, 최원석, 윤은택, 이영민, 김성우, 서연경

PROGRAM NOTE

성장영화라 하기에는 조금은 늙스구레한 청년들이 등장하지만 어쨌든
<얼음무지개>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무지개를 잡는 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다룬 성장영화다. 카메라는 신림동 어느 도서관 휴게실 앞에 하이앵글로 자리잡고서 서너명의 고시생들이
나누는 두서없는 대화를 지켜본다. 감독 자신이 연기하는 고시촌 짬밥 재웅은 후배들 앞에서 과학적인 고시준비에
대해 일장연설한다. 그러나 미주알 고주알 세상사에 참견하는 그의 말이란 하나같이 영양가 없는 허세와
즉흥적이고 산만한 수다의 모음에 불과하다. 일정한 거리에서 이들의 대화를 내려다보던 카메라는 이따금씩
기우뚱하면서 재웅의 장광설에 대해 “그럴리가, 설마~”하는
식의 희극적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그의 말과 상당히 다른 그의 궁색한 처지를 슬쩍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재웅은 이 궁상맞은 현실을 극적으로 반전시켜줄 판타지를 꿈꾼다. 영화는 갑자기 뮤지컬 모드로
돌입하고 재웅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이 춤추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사시 합격자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발견한
재웅은 신이 나서 춤을 추고 동료, 선후배들은 재웅에게 서로 담뱃불을 붙여주겠다고 아우성이다. 아, 생각만해도 이 얼마나 행복한 상상인가? 그러나 현실이 어디 그리 녹록한가? 달콤한 환상의 끝에 오는 현실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불현듯 현실로 돌아온 재웅은 방금 전까지 다 죽여버려야 된다고 욕해대던 사람들의
유치한 행동을 무심코 반복한다.

<얼음무지개>는 청년실업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무지개를 좇아 부질없이 목발질하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바쳐진 영화다. 영화의 사랑스러움은 감독이 그 목발질의 불안과 슬픔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라는데 있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