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난 케이와 소희는 어느 더운 여름날, 자취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무언가 조금씩 둘은 어긋나 있다. 소희와 케이는 대화 도중 키스를 하게 되고 갑작스럽게 소희가 키스로 자신들만의 영역표시를 하자고 제안한다.

사랑, 그 짧은 순간...

2006 부산디지털콘텐츠유니버시아드
2006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흔히 여름이 주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뜨거운 공기 속에 갇힌 채 밀려오는 약간의 짜증과 일탈에 대한 욕구, 일상의 탈피에 대한 은근한 기대 심리. <여름이 끝나가다>는 그 자체로 여름이 주는 이미지를 10분 동안 압축한 영화이다. 그것도 사랑이라는 뜨거운 감정에 기대어.

연애의 감정이 조금 시들해졌을까? 사귄 지 1년, 뜨거웠던 여름의 기억은 또다시 되풀이된다. 그러나 뭔가 어긋난 감정은 우연히 너와 나 사이의 ‘영역표시’를 통해 새로워진다. 그들만의 ‘영역표시’ 방법은 열정적이었던 지난여름의 기억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뜨거웠던 연애에 대한 찬가인 <여름이 끝나가다>는 사랑과 이별사이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서로에게 남아있는 감정마저도 ‘영역표시’를 통해 담아두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이별에 대한 신파적인 감정보다는 연애에 대한 밝은 추억을 남겨둔다.

사랑에 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이별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두 인물들의 섬세한 표정을 통해 이야기한다. 가슴 아린 이별의 모습이지만 그런데도 모든 것을 다 끝내고 돌아서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함은 아마도 그래서 일거다. 

이현희 /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