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진화론 – 갈아 만든 에덴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국내기획

김정구 | Korea|2004|Fiction|DV |Color|95min

SYNOPSIS

두 남자가 지하창고에 갇혔다. 완전히 밀폐되어 있고 아무도 그들을 구조해주지 않는다. 성격이 다른 이 두 남자는 폐쇄공간에서 어떻게든 살아나야만 한다. 그 공간은 그들에게는 감내해야 할 공간이고 이루어야 할 그들의 세계이다. 두 남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성적 정체성을 혼란을 겪는다. 경제 원칙도 생겨나고 권력과 순종이 생겨난다.

FESTIVAL & AWARDS

2004 서울독립영화제2004

DIRECTOR
김정구

김정구

1995 <오후만 있던 일요일>

1997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1999 < Industrial Direct Confession >

2001 <샴, 하드 로맨스>

2002 <사자성어 四者性語>

2003 옴니버스 <좀비처럼 걸어봐>

2004 <역진화론 – 갈아 만든 에덴>

2006 옴니버스 <코마>

STAFF
PROGRAM NOTE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1997)와 <샴, 하드로맨스>(2001) 등 파격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단편들을 통해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김정구 감독의 2004년작 <역진화론>은 극한적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을 음울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하지만 그 사랑은 처절하며 사회의 모든 관념과 가치를 허물어뜨린다. 두 남자가 지하창고에 갇힌다.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이들이 구출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상반된 성격의 두 남자는 잦은 갈등을 겪다가 결국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폐쇄공포를 느낄만한 출구없는 상황에서 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가더니, 한 남자의 성정체성이 여성으로 변한다. 하나의 성이었던 미생물이 한곳에 오래있게 되면, 종족보존을 위해 성을 바꾸는 것처럼 남자가 여자로 변이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의 아기를 갖는다. 밀폐된 지하공간은 이들에겐 또 다른 에덴이고 그곳에 갇혀 사랑을 했다는 원죄로 인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들의 사랑과 행위는 SM을 넘어 종국엔 서로에게 엄마가 되기도 하고 아빠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점점 빠져날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아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적인 이들의 사랑은 슬픔을 자아낸다. 그들이 먹는 참치캔과 양파링은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가 마늘과 쑥만 먹었던 호랑이와 곰이 등장하는 단군신화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역진화론>은 이처럼 기이한 상상력으로 성경의 인류탄생 설화와 한민족의 탄생신화인 단군신화를 비틀고 있다. 모든 탄생설화를 뒤집고 있는 이 작품은 구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절망적인 세상에 대한 가혹한 한탄에 가깝다. 성적 수위가 그렇게 직접적이진 않지만,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적 변이 과정 그리고 둘 사이의 사랑과 질투를 넘어 SM을 넘나드는 표현은 상상의 극한을 보여준다.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2008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