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장편경쟁
박성진 | 2020 | Fiction | Color | DCP | 66min 5sec
SYNOPSIS
해금(12)이는 친구들과 놀이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쓰러진 여인을 발견한다. 여인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해금과 친구들은 서 있다. 해금은 정신을 차리고 119에 전화를 한다. 앰뷸런스에 오르는 여인을 지켜본 후 친구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가 버린다. 홀로이 남겨진 해금은 바닥에 놓인 피켓을 발견하고는 찾아 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DIRECTING INTENTION
“거리에 아이를 찾는 피켓이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 같아?”라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습니다. 시나리오 없이 아이들의 선택을 따라가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누군가에게는 기억되지 않을 지나간 이야기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마음속 깊이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박성진
STAFF
연출 박성진
제작 박성진
각본 박성진
촬영 김지현
편집 김수범
조명 김지현
음악 조명진
출연 장해금, 김다민, 권예주, 안현우, 배연휘
PROGRAM NOTE
성인 감독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는 영화들은 종종 의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영화가 여러 장치를 동원해서, 혹은 그러한 장치들을 최소화해서 아이들의 시선을 찍고 있다고 강변할 때에도 그 시선은 성인 감독의 눈을 통과한 것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이들의 세계에 대한 향수와 환상이 투영될 수밖에 없거나 아이들을 경유해서 결국 성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아닌가. 이 난제를 자신의 방법론으로 돌파하는 데 성공하는 영화는 드물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내면을 규정이 불가한 채로, 그러면서도 생생하게 길어 내는 경우는 더욱 만나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열두살>은 그간 우리가 보아 온 ‘아이들 영화’의 설정과 연기와 구조를 배제하고 앞의 반문들에 당당하게 화답하는 영화다. 최초의 질문만 던져 둔 채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아역 배우들의 선택을 따라갔다는 감독의 말은 이 영화를 지탱하는 힘의 근원을 생각하게 만든다. 장면의 방향을 예단하지 않는 자유로움과 그러면서도 장면들을 밀고 나아가는 팽팽한 감정선. 이 영화는 행동의 이유를 묻거나 설명하며 아이들을 서사의 인과 안에 가두는 대신, 행동에 밀착해서 그들의 내적 요동에 동행해 보는 길을 선택한다. 공감, 질투, 원망, 슬픔, 무엇보다도 유희. 이 세계는 이 작고도 큰 감정들의 공존과 전환이 가볍고 민첩하게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열두살>은 동심과 순수에 호소하지 않고도 그러한 자연스러운 세계의 상태를 살려 내는 데 성공한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