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뒷;풀이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이호현 | 2025 | Fiction | Color | DCP | 107min (E) World Premiere

TIME TABLE
11.30(일) 20:00-21:47 CGV압구정(본관) 2관 E, GV, 15
12.3(수) 17:30-19:17 CGV압구정(신관) 4관 E, GV, 15
SYNOPSIS

극단에서의 15년. 경환은 오늘도 공연이 끝나고 단원들과 회식을 한다. 오고 가는 술잔에서 즐거움이 꽃을 피운다. 극단 생활이 오래된 만큼이나 경환의 지갑은 날아갈 듯 가볍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그리고 무대에 대한 자부심은 이미 용량초과, 과유불급이다. 극단 후배들의 설탕 발린 칭찬에 한껏 기분이 좋은 경환, 오늘도 참지 못하고 연기에 대한 알량한 지식을 쏟아낸다. 경환의 꼰대스러운 연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후배 단원의 핸드폰이 울린다. 전 단원이었던 그리고 현재는 아주 잘나가는 배우 남희의 전화이다. 회식 장소에 오겠다는 남희의 전화가 불편한 경환. 하지만 후배들의 반응을 보니 남희의 방문을 반대했다간 쪼잔하고 옹졸한 사람이 될 것 같아 끝내 반대하지 못한다. 갑작스러운 남희의 방문으로 단숨에 주연에서 단역으로 전락해 버린 경환. 심지어 경환이 마음에 품고 있던 후배 예진마저 남희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보인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경환. 그때 남희가 단원들에게 달콤한 제안을 한다. 새로 들어가는 영화의 상대역을 단원들 중 한 명과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남희는 술자리에 그 영화의 감독 준석을 초대하고 준석과 남희 그리고 단원들의 술자리가 시작된다. 준석과 남희에게 미친 듯이 어필을 시작하는 단원들. 경환은 과연 자존심을 굽히고 이 100m 레이스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의 굳건한 신념을 저버려야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기로에서 무엇을 선택할까? 무엇을 선택해야 올바른 선택이 되는 것일까?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고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말 그대로 알량한 자존심 따윈 개나 줘 버리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걸까? 신념을 저버리고 사활을 건다 한들 그곳으로 올라갈 수는 있는 걸까? ‘아부’와 ‘어필’ 사이에서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는 무명 배우들의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삶의 의미와 성공의 정의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해 주는 게 성공한 인생일까, 오롯이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 인생일까?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호현

이호현

2022 오늘의 장내
2025 퍼스트 레이디

STAFF

연출 이호현
제작 이호현
프로듀서 문혜선
각본 차우영, 이호현
촬영 양균상
편집 이연정
조명 최용환
음악 김동욱
미술 나예은
출연 류경환, 김남희, 허준석, 조영지, 차우영, 임나영, 김규남, 손무형, 강애심, 손종학, 나종민

PROGRAM NOTE

연극 무대와 배우를 다룬 독립영화의 수는 꽤 된다. 그런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품은 별로 없다. <오늘의 뒷;풀이>의 도입부, 연극을 보고 나가는 관객이 말한다. ‘진짜 재미없다’ 딱히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어도 관객에게 소구하는 지점에서 실패했던 게 아닌가 싶다. 실험도 아닌데 무대 전체를 통으로 보여 준다든지, 그들만이 온갖 고민을 감싸안은 양 군다면 피곤함만 배가된다. 일견 <오늘의 뒷;풀이>도 그런 영화 같았다. 연극이 끝나고 언제나 그러하듯 회식이 열린다. 연기에 대한 평가가 저마다의 말잔치로 이어지는 자리, 좁은 공간 안에서 각각의 인물을 잡아내느라 카메라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그러던 중 극단 출신의 잘나가는 배우가 등장하고 감독이 뒤따라 오면서, 영화는 한 궁색한 인물을 두드러지게 다룬다. 관계의 정치가 끼어들면서 저마다 민낯을 드러내지만, 처신에 약한 남자에겐 시큰둥한 표정 외엔 보여 줄 게 없다. 그처럼 답이 없어 마음만 아프던 차에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깊고 두텁게 다가온다. 그의 연기에 대한 매김은 차치하고, 하나는 분명하다. 진심이어야 통한다는 것. 마음이 동해 그런 생각을 했다. 끝나긴 전엔 끝났다고 말하면 안 된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