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화의 집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새로운 선택

허철녕 | 2012 | Documentary | Color | HD | 72min 32sec

SYNOPSIS

옥화가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지났다. 옥화의 남편 정진은 그녀와 함께 하던 넝마주이를 홀로 이어가며, 고물상을 마련해 가족들과 소박하게 살겠다는 작은 꿈을 갖는다. 17년째 살던 옥화의 집이 재개발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며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정진의 희망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그러나 돈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옥화의 빈자리는 정진과 그의 가족 모두에게 아물지 않는 생채기를 드리우고 있었다.

DIRECTING INTENTION

한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통해 변화되는 인간의 ‘무형적 관계’가 자본의 욕망으로 들끓고 있는 대도시의 ‘유형적 환경’과 만났을 때 발생하는 새로운 차원의 욕망과 이데올로기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FESTIVAL & AWARDS

2012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IRECTOR
허철녕

허철녕

2010 <명소> 

2011 <홍역괴물>
STAFF

연출 허철녕
촬영 허철녕, 박준연
편집 허철녕
출연 이정진, 이선희, 이승우, 이포자

PROGRAM NOTE

감독의 외숙모인 ‘옥화’가 세상을 떠난 후, 4년이 지났다. 영화는 그녀가 떠난 후 여전히 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영화의 영문 제목은 ‘남은 사람들 The remanent people’이다.) 남은 삼부자(외삼촌과 두 아들)의 일상 속에는 그녀의 부재 효과가 역력하고, 이웃에 살고 있는 두 여성(감독의 이모와 옥화의 여동생)이 그녀의 빈자리를 채워 주고 있다. <옥화의 집>은 이렇게 ‘남은 사람들’이 연약하면서도 끈끈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공간의 다른 이름이다. 그곳은 ‘재개발의 공간’(용산)이기도 하다. 가장 비극적인 재개발의 상흔이 남아 있는 그 공간 주변 어딘가에는, 여전히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그 공간의 ‘풍부한’ 폐지와 폐자재가, 외삼촌의 생계 원천이다.) 17년째 살아온 집의 소유자로서의 소박한 낙관과 기대(새 삶을 꿈꾸고 설계하는 아버지), 여전히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근심(2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는 두 아들), <옥화의 집>에는 이렇듯 두 이질적인 정서가 공존하고 있다.‘부재하는 자의 시선’으로 포착된 공간, 과거(홈비디오와 사진)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 그렇게 창조된 영화적 시공간 속에 담긴 삶의 다양한 결(여전히 낭만적 로맨티스트인 가부장, 그 낭만의 그늘 속에서 여전히 ‘옥화’로 살아가는 여성들, 어쩔 수 없이 불안 세대인 아들들, 그리고 욕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재개발이라는 시대의 공기), 이것이 ‘옥화의 집’이고, 허철녕의 다큐멘터리이다. 허철녕은 전작 <홍역괴물>(2011)에 이어서, 가시적 공간과 비가시적 기억이 정교하게 교직된 자신만의 영화 세계(‘시적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변성찬/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