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프로젝트 <제국> :: 기록, 다큐 허구
서울독립영화제2003 (제29회)
장편경쟁
최현정 | 2003│옴니버스│ DV 6mm│Color│114min
SYNOPSIS
이 영화는 웨딩촬영을 하는 이들과그들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스트의 이야기를 세 단계로 구성해 놓았다. 첫 번째(기록)는 신혼부부를 촬영하는 사진사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 번째(다큐)는 그들을 찍는 다큐멘터리스트에 관한 것이다. 웨딩사진사가 피사체에게 포즈와 표정을 주문하며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완벽하게 연출하는데 반해 다큐멘터리스트는 카메라마저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야 하니 언제나 사람들 뒤편에 숨어있게 된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허구)에서는 모든 이들에게 꼭, 자연스러울 것을 주문하고 있는 감독의 목소리가 들린다.
DIRECTING INTENTION
다큐멘터리에는 대본도, 세트도 없다. 그냥 사람들 앞에 카메라를 가져갈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질문을 던지면 이미 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해 버리는 사람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이용해오며 모른척한 것은 아닐까. 극영화와 박정희, 그리고 웨딩사진사의 공통점은 모든 것을 눈에 보이게 지배하고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큐멘터리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의 정치적 구조처럼 모든 것ㅇ르 자유롭게 놔두고 보이지 않게 통제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일까. 아니다. 어쩌면 다큐멘터리는 그것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테입을 다시 편집하는 것까지 가능하지 않은가.
DIRECTOR

최현정
STAFF
연출 최현정
제작 이정은
조연출 윤성호
촬영 임정빈, 윤성호, 고안원석, 최현정
PROGRAM NOTE
옴니버스는 출발부터 많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서로 다른 개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서로간의 연결고리와 통일성을 유지해가는 작업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이미 ‘산만한 제국’을 표방하고 나섰다. 산만할 수밖에! 그것은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 되기도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의 경력은 실로 다양하며, 그들은 자신들이 통일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 ‘제국’이라는 큰 주제하에 더 새롭게, 서로 다르게, 서로의 차이가 분명하게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각 작품들은 각각 완결된 주제를 갖고 있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개별 텍스트의 제목과 프로젝트 이름 ‘제국’에 모아진다. 물론 도대체 어떤 작품은 ‘제국’이라는 프로젝트명과 어떻게 부합하는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옴니버스의 묘미이다. 어떤 작품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어떤 작품은 선동을 하고, 어떤 작품은 치고 빠지며, 어떤 작품은 휴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게 함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은, 작품을 보고 <제국>을 이야기하지 않고, 개별 단편들에 대한 평가로 이야기가 끝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개별 단편 일곱 개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제국’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나름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제국’을 생각하게 만든다. 일곱 팀의 독립영화인들이 모인 일곱 개의 단편 <옴니버스 프로젝트 제국>은 최근 독립영화 진영의 의미 있는 성과이다. 조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