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단편)

예그림 | 2012 | Fiction | Color | HD | 27min 35sec

SYNOPSIS

촬영을 앞두고 연출자와 배우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촬영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흘러간다.

DIRECTING INTENTION

이미 우리는 ‘영화’를 찍고 있다는 것을.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예그림

예그림

2008 <위로>

2012 <사담>
2012 <아마추어>
STAFF

연출 예그림
제작 정재웅
각본 예그림
촬영 예그림
편집 예그림
음악 김원준
미술 예그림
녹음 김송이
출연 김슬람, 오지영, 한은진, 예그림, 한성민, 조영길, 김원준

PROGRAM NOTE

전작 <아마추어>에서 영화 만들기를 꿈꾸는 유리를 주인공 삼아 자기 반영적 작품을 상재했던 연출자는, <우리의 여름>에 급기야 직접 출연하여 영화를 준비하기 위한 배우들과의 만남이라는 시간을 영화로 담아낸다.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지 함께 고민해 보자며 모인 자리이건만, 그들의 얘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나간 사랑의 기억, 혹은 살면서 가장 따뜻했던 순간을 회상하기. 배우들의 얘기는 오로지 그들의 목소리로만 전달될 뿐, 재현되지 않는다. 유일한 예외는 예그림 감독이 직접 진술하는 기억이다. 지난여름 함께 작업하던 동료들과 말바위를 올랐던 시간은, 일인칭 시점의 이미지로 거친 숨소리까지 보이고 들린다.
<아마추어>가 바라봤던 영화의 전범이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었다면, <우리의 여름>의 태도와 제스처는 놀랍게도 포스트 누벨바그의 대표 주자 장 외스타슈의 작품들을 떠오르게 한다. “몸, 혹은 태도의 영화”(들뢰즈)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특히나 <더러운 이야기>를 빼닮았다. 둘 다, 말 그대로 말을 영화로 찍기 위해, 보는 이와 듣는 이의 몸과 태도가 말하는 이의 목소리에 기대거나 숨는 영화다. 말하는 내용을 지시하지 않고 발화의 시간 자체를 순수 영화로 삼는 전형적인 ‘시간-이미지’ 양식을 따르는 이 작품에서 등반 장면은 언뜻 보아 내레이터의 회상을 재현하며 예외로 남는 듯하나, 눈여겨보면 생략과 압축이 혼재하는, “빗장에서 풀려난” 별도의 시간을 구축한다. 재현이 아니라 현존으로 독립한 이 장면은 놀라운 감각의 해방을 안긴다.

신은실/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