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장편)
박세연 | 2005 | Documentary | DV | Color | 80min
SYNOPSIS
2004년 2월 14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한 하청노동자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했다. 그가 박일수 열사다. 열사가 분신한 후 그의 유언을 이루기 위해 울산의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그 투쟁의 대상은 물론 자본과 권력이었다. 그러나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적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 작품에서는 한 하청노동자가 죽음으로써 남긴 이야기를 둘러싸고 그가 땅에 묻히기까지의 56일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박일수 열사의 유서의 첫문장이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에서, 더 나아가 지금 이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 전태일 열사 이후 수많은 선배노동자들의 피로 이땅의 민주노조운동은 조금씩 발전해 왔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 단결해서 투쟁할 때만이 비로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노동자로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라는 인간선언을 가장 극단적인 투쟁을 통해 남긴 박일수 열사의 투쟁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서로 단결하지 못했고, 투쟁하지도 못했다. 박일수 열사 투쟁과정에서 다양하게 존재했던 다양한 노동자들...
열사정신계승과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투쟁하려 했던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자들, 노동자 정신을 잃어버린 어용직영노동조합과 대의원들, 열사투쟁을 전체 비정규직투쟁으로 확대하지 않고 협상으로만 풀려했던 소위 민주노조운동의 지도부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노동자의 연대정신으로 받아안고 함께 싸우지 못했던 대다수의 정규직 노동자들,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 했던 소수의 현대중공업 직영노동자들과 연대동지들...
이들 중 과연 누가 진정한 노동자인가,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할 것인가를 자문해보고 싶었다. 사회적 교섭을 둘러싸고 노동자계급 진영 내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금, 과연 노동자들이 선택해야 할 길은 무엇인가...
FESTIVAL & AWARDS
2005 제9회 인권영화제
2005 제5회 인디다큐페스티발
2005 제9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
DIRECTOR

박세연
STAFF
연출 박세연
제작 노동자뉴스제작단,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
각본 배인정
촬영 박세연, 박태수
편집 박세연, 박정미
음향 김남윤
성우 임성숙
PROGRAM NOTE
최근 노동운동의 주요 화두는 비정규직 철폐이다. 노동운동의 거대한 투쟁 속에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아가기 시작하자, 자본은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를 그들의 이해에 맞게 재편했다. 비정규직과 하청, 용역 등으로 불려진 이런 고용형태는 노동자들을 개별화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철저히 묵살하는 교묘한 노동통제정책이다. 때문에 노동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영과 하청으로 분리되고 노동자들은 기업의 교묘한 술책 속에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 <유언>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노동자 박일수 열사의 죽음 이후 투쟁과정을 보여준다. 15년 전 전태일의 외침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던 것처럼 박일수의 외침은 이 땅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본을 상대로 권리를 찾기 위한 절절한 외침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하청노동자들의 가열찬 투쟁과 더불어 직영노동자와 하청노동자 그리고 분신대책위 사이의 갈등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이것이 지금 노동현장의 모습이다. 거대자본과 목숨 걸고 투쟁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간 노동자들의 현재 모습은 너무도 초라하거나 비겁해 보인다. 어용으로 돌변한 현대중공업 노조와 투쟁을 빨리 끝내려는 대책위. 오직 소수의 하청노동자들만이 박일수 열사의 분신이 헛되지 않게 투쟁을 벌인다. 박일수 열사의 죽음과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헛되지 않는 것은 이 땅의 비정규직 이라는 고용형태가 사라지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금속연맹에서 제명되었지만, 아직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는 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조차도.
조영각 / 서울독립영화제2005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