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는 계속 할 수 없어요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35mm 단편영화 특별전

윤성호 | 2005|Fiction|35mm|Color|21min 30sec

SYNOPSIS

부산에 내려온 장훈은 감정이 남아 있지만 준아에겐 배터리가 없고, 회사원 곽기현씨는 성조기를 흔들지만 미 대사관은 말이 없으며, 아트시네마는 잠시 문을 닫지만 소라와 한받의 신념은 시작된다.

DIRECTING INTENTION

예술과 연애의 공통점은 둘 다 일종의 응석이라는 점이다.

DIRECTOR
윤성호

윤성호

2013 <출출한 여자>

2014 <출중한 여자>
2014 <썸남썸녀>
2014 <오늘영화>
STAFF

연출 윤성호
각본 윤성호
촬영 권상준
편집 노유정
녹음 조예진, 김태호
믹싱 사운드웨이
미술 예민정, 권지현
메이킹 이정민
출연 박혁권, 홍성아, 장훈, 장선진, 조일은, 김지현

PROGRAM NOTE

제목을 뒤집으면 영화가 보인다.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라고 쓰고 ‘이렇게라도 계속 하겠어요’정도로 읽으면 된다. 원래는 필름 누아르를 만들고 싶었던 영화과 학생 윤성호는 주인공의 감정 조절에 실패해 궁여지책으로 자투리 필름에 평소의 단상들을 담아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장르 같지만 장르 아닌, 연애 같지만 연애 아닌, 동성애 같지만 동성애 아닌, 섹스 씬 같지만 섹스 씬 아닌, 뮤직 비디오 같지만 뮤직 비디오 아닌 척을 했다. 그 결과 영화의 수사는 중의법과 반어법 그 중간지점을 따르게 되었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전후 맥락으로부터 떨어져 있다. 짧게 발화된 말들은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허공에서 맴돌다 사라진다. 모든 몸짓은 머리와 따로 놀듯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반복. 전과 유사한 시공간 속에서 어떤 이는 떠나가는 님을 붙잡고 응석을 부리다 끝내 눈물을 흘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또 다른 이는 홀로 바다에 가서 청승을 떤다. 어제는 허락되던 일들이 금지, 제한, 거부당하고, 어제까지 사랑하던 사람이 정중히 거절, 사양, 그리고 이별을 통보해올 때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게 된다. 하지만 이 말은 상황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 수행적인 선언이다. 세상이 나를 거부해도 그 세상의 품에 안기기 위해 나는 정처 없이 걷겠노라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때 서툴러서 미안했지만 나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핑계 같은 고백과 자기 증명. 때문에 이 영화는 한때 진지했지만 가벼웠거나 가벼웠지만 진지했던 우리들의 말과 행동을 위로하는 노래와도 같다.

이도훈/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