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박수린 | 2020 | Fiction | Color | DCP | 26min 48sec (E)

SYNOPSIS

아버지의 환갑잔치에 가야 하는 주연은 어색한 사이인 막내 고모 세영과 함께 춘천에 내려가야 한다. 서로에게 묵혀 둔 감정이 터져 나오며 둘의 여행은 엉망이 된다.

DIRECTING INTENTION

이후의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밥상을 뒤엎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FESTIVAL & AWARDS

2020년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2020년 제9회 원주여성영화제
2020년 제7회 가톨릭영화제
2020년 제9회 대구여성영화제
2020년 제4회 원주옥상영화제

DIRECTOR
박수린

박수린

2017 마지막페이지

2018 형벌

STAFF

연출 박수린
조연출 고은성
프로듀서 오아람
각본 박수린
촬영 문준호
편집 박수린
동시녹음 조유현
사운드믹싱 조유현
음악 Team 152
미술 김가연
출연 김보라, 김재화

PROGRAM NOTE

힘겹게 가방을 싸는 젊은 여성이 큰고모의 전화를 받는다. 막내 고모와 함께 본가로 내려오라는 전화에 여성의 얼굴은 급격하게 안 좋아진다.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 겨우 차에 탄 조카를 고모는 마냥 즐겁게 반긴다. 5년 만에 만난 고모는 조카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그동안 어색해진 사이를 새롭게 이어 가려 하지만 조카는 철벽을 치고 모든 소통의 통로와 접점을 무효화한다. 차 안의 분위기는 답이 없고, 누구보다 정다웠던 두 사람의 과거는 위로와 의지로 다정한 기억뿐이다.
춘천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두 사람의 고향 마을은 인물들의 말을 빌려 엄청나게 답답하고 갑갑한 집안을 상징한다. 2020년에 등장한 신조어 중에 ‘K-장녀’라는 단어가 있다. 양보와 배려, 희생을 강요당하는 한국 맏딸을 일컫는데 착한 딸 콤플렉스로 스스로를 진단하는 주연도 이에 해당한다. 주연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모두가 K-장녀로서 그녀를 맞는다. 정정한 할머니는 모든 여성 가족 구성원이 이 집안의 남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아무 잘못이 없는 주연을 대역죄인처럼 야단친다. 죽어서야 고단한 가사 노동과 감정 학대에서 해방되었을 주연의 어머니가 원치 않았을 딸의 삶은 다시 제자리다. 성별만으로 탄생 자체가 환영받기 힘들었을 맏딸 조카와 막내 고모, 영화 마지막에 폭발하며 터지는 두 여성의 모든 몸짓과 발언이 코카콜라보다 더 달콤하고 시원하다. 두 배우의 힘과 매력이 한과 화가 쌓여 가는 즐겁지 않은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이원우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