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다리, 깃발, 폭탄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특별초청2

백종관 | 2012 | Documentary, Experimantal | Color | Digi-Beta | 36min

SYNOPSIS

라디오를 듣는다. 돼지들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을 고사하고, 서울은 재개발에 여념이 없다. 영사기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삼룡은 절규하며 불속으로 뛰어든다. 군부 독재는 대학가요제를 만들고, 가요제에서 Caetano Veloso가 노래한다. “이빨, 다리, 깃발, 폭탄 또는 브리짓 바르도”.

DIRECTING INTENTION

MP3 플레이어를 구입한 뒤로는, 라디오를 들을 때마다 듣고 있던 방송을 계속 녹음해 왔다. 그렇게 수년간 만들어진 사운드 아카이브는 내가 언제, 어떤 주파수에 머물러 있었는지가 기록되어 있는, 축척이 묘연한 지도(Map).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듣는 순간에는 지각되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제 각각의 파형을 이루며 논다. 어긋남과 마주침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는, 때로는 서로 우연히 공명하는 사운드와 이미지의 파편들을 모아 기억을 재구성한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백종관

백종관

2008 <호소런>
2012 <출근>
STAFF

연출 백종관
제작 백종관
촬영 백종관
편집 백종관
음악 백종관
출연 손소영, 윤형로

PROGRAM NOTE

'이빨, 다리, 깃발, 폭탄’은 카에타누 벨로주(까에따노 벨로소)의 노래 ‘Alegria, Alegria’에 나오는 가사다. 조앙 지우베르투와 함께 브라질 대중음악의 선도자 중 한 사람인 벨로주는 ‘환희, 환희’라는 제목으로 “안 될 게 뭐야”라며 자유를 선동한 이 곡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11월의 태양 아래 손수건도 신분증도 없이 나는 바람에 맞서 걸어가네 범죄와 우주선과 게릴라, 아름다운 여배우들 사이로 태양빛이 퍼져 가네 / 대통령들의 얼굴 위로, 기나긴 사랑의 키스 위에, 이빨 다리 깃발 폭탄 그리고 브리짓 바르도.”감독이 여러 해 동안 라디오를 들으며 녹음하여 만든 사운드 아카이브에는 노래를찾는사람들부터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메르세데스 소사를 비롯한 제3세계의 음악(또는 그 음악에 대한 이야기), 영화를 둘러싼 이야기들, 낭독되는 소설들, 넬슨 만델라와 김대중, 용산과 촛불 시위에 대한 논평과 뉴스들이 들어 있다. 시간과 장소를 오가며, 주파수를 넘나들며 모인 사운드들은 서울의 어딘가로 보이는 작업실 공간,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는 어느 극장, 영사기를 설치하는 사람들, 극도로 가까이서 카메라에 담은 몸의 일부, 유리창에 비친 불빛들, 집회 현장 같은 이미지들과 나란히 놓인다. 지난 몇 년 간의 기억을 환기하는 이 이미지들과 사운드들은 때로 충돌하고 때로 어긋나다 어느 한 순간 공명을 이룬다. 그 공명 주파수가 귀를 관통하는 순간, 무심코 잊어버렸던 혹은 애써 잊으려 했던 기억들이 몸 안에서 진동한다. 그 애달픈 진동에 몸을 떨며, 나지막이 노래해 본다. Try to Remember…….

김은아/서울독립영화제2012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