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역사, 역사의 이야기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본선경쟁 단편
김하경 달린 | 2015 | Documentary, Experimental | Color+B&W | HD | 26min 34sec
SYNOPSIS
1905년, 대한(大韓)의 한 사내가 유카탄의 에네껜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묵서가(墨西哥)로 향한다. 그리고 2015년, 멕시코에 뿌리를 내린 그 사내의 자녀들, 또 그들의 자녀들이 나눈 이야기들—기억, 증언, 신화— 속에서 사내가 되살아난다.
DIRECTING INTENTION
중남미-한인 이민사의 첫 획을 그은 멕시코 한인 에네껜 노동자들의 흔적을 담은 기록들은 이민자들의 정착 과정에 대해 서술하는 바가 적다. 관련 문서의 양조차 적은 관계로 초기 이민사를 구체적인 증거들로 뒷받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그 정착 과정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것은 상당 부분 미시적인 개인사와 집단기억, 즉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이다. 하여, 멕시코 한인 이민사에 대한 불완전한 기록을 대체할 기억을 채집하기 위해 메리다를 방문하여 진행한 인터뷰들을 근간으로 <이야기의 역사, 역사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역사를 일종의 스토리텔링으로 보고 ‘텔링’을 통해 ‘스토리’가 ‘히스토리’가 되는 이야기 발화의 수행적인 면에 대해 사유하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15 제15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아이공상, 관객구애상 수상
DIRECTOR

김하경 달린
2014 < Hyphen >
STAFF
연출 김하경 달린
제작 김하경 달린, 이하늘
각본 김하경 달린
촬영 이영훈 오세현
편집 김하경 달린
조명 장형순
음악 김하경 달린
미술 오세현 이하늘 이재준
출연 진수선 정요한(목소리)
사운드 강나루 고유희
PROGRAM NOTE
스페인어로 ‘Historia’는 ‘역사’와 ‘이야기’를 동시에 의미한다. 안 그래도 이야기, 즉 개인의 사연은 쌓여서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또한 수많은 이야기를 양산한다. 그렇다면 역사의 단절은 곧 사연의 누락을 의미할 테다. <이야기의 역사 역사의 이야기>는 100년이 훌쩍 넘었지만, 철저하게 잊힌 멕시코 이민사를 가지고 역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1905년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해 멕시코 살리나크루스에 입항, 유카탄 반도의 에네켄 농장에서 계약 노동자로 일했던 이민 1세대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다. 황폐해진 공간이 되었지만,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의 축적이 쌓여 이를 재현해줄 ‘누군가’의 발견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 누군가는 <이야기의 역사 역사의 이야기> 제작진일 터. 영화는 현재의 공간에 과거의 시간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잊힌 역사를 복원한다. 그 방식이 흥미롭다. 프랑스 여자의 질문과 한국 남자의 내레이션이 대화를 통해 이뤄지고 현재의 이미지와 과거의 자료가 분할화면으로 제시되다가 종국에 겹치는 식이다. 역사는 그렇게 다양한 시선을 포함한다. 단수의 시선, 하나의 목소리로는 역사가 품은 다양한 사연의 결을 살려낼 수 없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 없는 대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야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허남웅/서울독립영화제201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