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세탁소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장편 쇼케이스
문숙희 | 2024 | Fiction | Color | DCP | 114min (E) World Premiere
TIME TABLE
12.1(일) | 20:00-21:53 | CGV 청담씨네시티 3관(컴포트석) | E, GV, G |
12.5(목) | 14:10-16:03 | CGV압구정(신관) 4관 | E, GV, G |
SYNOPSIS
도심 속 하군 해녀 옥희에게 어느 날 전남편의 딸 은영이 찾아왔다.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아들 경식은 어린 손주, 준서를 맡기고 사라졌다.
잠시 머물기로 한 은영은 옥희의 사고와 의붓 조카 준서의 등장으로 떠날 때를 놓치고 옥희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딸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돈이 절실한 은영은 아버지가 남긴 세탁소에 욕심이 생긴다. 세탁소를 새롭게 단장해 팔아넘기려는 은영과 전단지를 돌리며 세탁소를 지키려는 옥희는 삐거덕거리며 갈등한다. 작은 마을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오고, 개발업자는 은영을 이용해 주변 상권을 개발하려 하지만 은영이 쉽게 넘어오지 않자 세탁소를 방해하며 위협하기 시작한다. 오래도록 묵혀 둔 감정들까지 얽히고설켜 서로를 속이며 궁지로 몰아넣는다.
DIRECTING INTENTION
소시민의 삶은 사회의 거울이다. 도시화로 쇠락한 골목, 꿈을 잃어버린 자식들, 노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모, 이들을 압박하는 재개발의 욕망은 상처를 감추며 살아가는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아 간다. 비루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지만 입을수록 새 옷으로 거듭나는 갈옷(풋감으로 염색한 옷)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어긋나고 뒤틀린 가족이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가족의 진정한 유산을 찾아가는 이 이야기가 다양한 이유로 타인에게, 혹은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조그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문숙희
2012 천우군 신조씨
2018 마중
2020 사일의 기억
STAFF
연출 문숙희
제작 필름라이프
각본 문숙희
촬영 오승철
편집 이도현
조명 오승철
음악 임민주
미술 김영진
출연 문희경, 강진아
PROGRAM NOTE
전작 <사일의 기억>에서 무엇을 어떻게 남길지 고민하는 인물을 바라보았던 문숙희에게 <인생세탁소>는 스스로 던져 보는 답 비슷한 영화다. 다시 제주에서 벌어지는 <인생세탁소>는 딸을 버렸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뺏긴 여자 은영, 애비 손에 끌려 할머니에게 떠넘겨진 손자 준서, 그리고 그들 가족과 동거하게 된 여성 옥희의 이야기다. 그들의 모습에서 보듯 가족이 가족에게 품는 책임감의 행위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데, 그게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다. 기실 물을 무서워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해녀로 살아야 했던 옥희에게 남편이 남겨 놓은 허름한 세탁소는 가족의 난관을 해결해 줄 유산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도입부에서 푸른 하늘 아래 예쁘게 감물 들인 천들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다, 세탁이란 어쩌면 깨끗하게 하는 게 아니라 원래 색을 복원하는 작업이자 예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질문은 유산으로 남겨 줄 것이 세탁이냐, 아니면 세탁소인가, 로 바뀐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아름다운 노동의 전수인가, 아니면 돈을 안겨 줄 부동산인가.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길은 삶에서 구하는 것이며 그것에 따라 사는 모습은 달라진다. 오랜 세월 삶과 투쟁으로 지켜 온 제주는 언제부터인가 육지사람에게 소비와 관광의 이미지로 비치고 있다. 현실의 투쟁 운동에서 모티브를 얻은 <인생세탁소>는 풍경이 아닌 인간이 사는 공간으로서 제주를 바라보는 작품으로 가치를 지닌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