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계절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박배일 | 2010|Documentary|Color|HDV|60min
SYNOPSIS
흔적을 남겨야만 하는 세상에서 흔적을 지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DIRECTING INTENTION
보이지 않는 손이 지구를 쥐락펴락하면서 모든 존재의 본질적 가치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현혹된 인간은 삐까와 뻔쩍의 가치를 신봉했고, 도시 개발에 열을 올린다. 도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선 삐까와 뻔쩍이 만들어 놓은 조각이 되어야한다.
회색의 빌딩 숲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자동차의 소음과 끊임 없이 흘러나오는 유행가, 쉼 없이 끔뻑이는 네온사인 아래 향락과 소비에 취한 밤거리는 도시를 대표하는 조각들이다. 삐까뻔쩍 느껴지는 도시의 조각들 속에 많은 존재들이 자신의 가치를 부정당한 채 공존하고 있다. 삐까와 뻔쩍의 가치에 휩싸인 지구는 끝없이 잔인한 계절 속으로 추락하고 있다.
잔인한 계절에 다큐멘터리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도시가 토해낸 흔적을 지우는 이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더불어 도시가 포장한 삐까뻔쩍과 끊이지 않는 소음에 묻혀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사라져가는 풍경과 가려져있던 존재를 찾아나선다.
FESTIVAL & AWARDS
201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2010 제10회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DIRECTOR

박배일
2007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2008 <내 사랑 제제>
2009 <촛불은 미래다>
STAFF
연출 박배일
제작 필름모아
촬영 이승훈
편집 박배일
음향 김병오
출연 허순남, 박상건, 강병문, 이봉주, 류석진, 강향순
PROGRAM NOTE
모두가 잠든 밤,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서 지난 밤 도시가 토해놓은 쾌락과 일상의 잔재들을 치우며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 박배일 감독의 <잔인한 계절>은 그들 스스로 말하듯 ‘세상이 남긴 흔적을 지우는 사람들’인 문전수거 환경미화원에 관한 이야기다.밤 11시에 출근해 도시의 후미진 뒷골목과 산동네 가장 높은 집 앞에 놓인 생활의 쓰레기, 불 꺼진 유흥가 길거리에 내평개진 환락의 흔적들을 치우는 7명의 문전수거 환경미화원들의 인터뷰와 노동의 모습,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는 자신의 일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과애정, 아쉬움, 사회적, 정책적 모순에 대한 분노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별다른 개입 없이 담아간다. 화면 밖 소리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인터뷰라기보다는 내레이션처럼 들리는데, 그담담하고 꾸밈없는 목소리는 적당한 거리두기와 함께 다양한 상념들을 이끌어낸다. 또한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쓰레기 수거차에 달린 카메라에는 지금껏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것과는 다른 조금은 낯선 도시의 풍경이 담겨지고, 산동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는 손수레의 뒤에 바짝 붙어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담은 카메라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노동을 함께 경험하듯 느끼게 하고, 동시에 살짝 등을 밀어주며 무거운 계단을 오르는 이들의 노동에 힘을 보태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카메라에 담기는 대상이 아닌 시선의 주체가 되는 카메라의 위치의 역전, 노동의 현장에 바짝 붙어 함께 하는 카메라의 자세는 노동의 숭고함, 노동의아름다움을 그 어느 웅변적인 구호보다 시각적,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어두운 도심의 밤에서시작했던 영화는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빠져나와 어두운 도시를 향하며 끝난다. 그렇게 그들의 밤의 노동을 자양분 삼아 또 다른 낮 동안의 일상이시작될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낮과 밤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소재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형식적 고민의 조화가 돋보이는 신선한 작품.
모은영 /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