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24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임덕윤 | 2009|Fiction|Color, B&W|DV|32min 55sec

SYNOPSIS

일주일에 3일은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중도 시각장애인 덕윤.
투석을 끝내고 지친 몸으로 쓸쓸히 집으로 돌아간다 .
보이스아이스캐너를 이용해 즉석미역국을 끓여먹는 덕윤의 일상은 비장애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뮤지컬 배우인 친구 상원이 근처 지역으로 공연을 왔다 잠시 들른다.
상원에게 구상중인 영화의 내용을 이야기 해주는 덕윤.
급한 전화가 걸려와 상원은 바로 일어서고...
떠나는 상원을 배웅하는 덕윤의 초점을 잃은 눈동자엔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DIRECTING INTENTION

장애인으로 사는 삶은 정말 불행한 걸까요? 장애인으로 사는 사람은 진정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는 걸까요?
어린시절 꿈인 영화감독을 향해 나아가던 한 남자가 그만 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주일에 3일은 피를 걸러야만 살 수 있는 신장장애인에다 봉지를 열어 스프를 맛보아야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 남자가 시각장애인 보장구의 도움으로 조금씩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봉지를 뜯지 않고 즉석식품을 구별하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장애는 그에게 있어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장애인을 보고 불쌍하다고 무작정 도움을 주기 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느리지만, 서툴지만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르게 해달라고...

FESTIVAL & AWARDS

2009 제10회 장애인영화제
2009 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
2009 제9회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2009 제14회 광주인권영화제

DIRECTOR
임덕윤

임덕윤

1989 < 형 >

1993 < 빵아 빵아 빵아 >

1998 < 빵아 빵아 빵아 2 >

1998 < 동거일기 >

1999 < Nikita >

1999 < HAM >

2001 < 동거동화 >

2001 < 몸값 >

STAFF

연출 임덕윤
제작 임덕윤
각본 임덕윤
촬영 김훈희
편집 김선민
조명 김훈희
미술 김승철
음향 양정훈
출연 임덕윤, 오상원, 한상훈, 김승철, 전성아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되면 관절 인형을 가지고 영화의 장면을 설명하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화면에는 인형과 인형을 조작하는, 목소리의 주인인 듯한 남자의 손이 보인다. 그는 샷의 사이즈와 앵글, 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설명한다. 남자의 목소리는 약간의 떨림이 있는 낮은 목소리이지만 확신에 차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에는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가 보인다. 간호사가 혈압을 재려 다가오자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화면은 검게 변하고 환자가 들어서 혹은 만져서 존재를 인식한 것들만이 회색으로 혹은 조금 구체화된 사물로 표시가 된다. 환자의 행동으로 보아 그가 시각장애인임을 알 수 있다.
간호사와 대화하는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는 그가 관절 인형을 만지던 앞의 남자와 동일인임을 알게 된다. 이 낯선 영화는 무엇일까?
우리의 낯섬의 배경에는 ‘설마’라는 부인할 수 없는 의심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중도 시각장애인인 임덕윤이 신부전증으로 인해 혈액투석을 받으며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 사실만 가지고도 인간극장류의 다큐멘터리를 한 보따리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눈물, 콧물 쥐어짜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24>는 유쾌한 인물 임덕윤 자신과 시각장애인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미지, 영화 속 액션영화(자신이 준비하고 있는)의 이미지 등으로 인해 매우 다채로운 모습을 띠며 감정 또한 그에 조응하며 시시각각 변한다.
여기에 허밍으로, 그의 휘파람으로, BGM으로 깔리는 ‘가도, 가도~’로 시작하는 최희준의 ‘이별의 종착역’은 안타까움으로, 유쾌함으로, 진중함으로 매번 다르게 변주되어 임덕윤이 걸어가는 ‘나그네 길’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영화는 또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천박한 이 사회가 그들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게 한다. 인물만 도려진 채 주변은 그저 까만 화면을 보노라면, 그리고 그 곳에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소리를 듣노라면 그 자리에서 한걸음도 떼지 못할 것 같은 놀라운 동일시를 경험하게 된다.
이 사회가 결코 유니버설하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시각장애인 감독 임덕윤의 삶과 영화에 대한 열정은 뜨겁다는 것. 이 영화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24>를 보면서 우리는 그 보다 먼저 좌절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부지영/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