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좁은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중편경쟁
강규헌 | 2004 | Fiction | 16mm | Color | 27min 10sec
SYNOPSIS
자살하는 가장들. 딸은 계속 냉장고로 들어가려 하고, 남편의 자살 충격으로 단순한 기억 상실에 빠지는 엄마는 냉장고에 들어간 딸을 찾지 않는다.
DIRECTING INTENTION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그 표현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한 영화이다. 가족의 이야기를 환상과 현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으며 엄마와 딸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극명한 이분법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FESTIVAL & AWARDS
2004 제5회 대구단편영화제 본선
2004 제2회 아시아나 영화제 국제경쟁본선
2004 고양한백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충무로 오! 재미동 특별상영전 " 재능있는 감독 모모씨, 충무로에 떴다" 초청
제4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본선경쟁 장려상수상
2004 제2회 기독교 영화제 본선
DIRECTOR

강규헌
2003 <환절기> (DV, 단편) 2004 홍콩 독립 단편 영화제 "아시아의 새로운 힘" 부문 상영. 2003/2004 거리미술전 영상 작가부문 상영. 2004 <그 남자가 본 것은 무엇일까?> (16mm, 단편) 2004 뉴욕 국제 영화제 "실험" 부문 상영. 2004 포르토벨로 영화제(영국 런던) 상영. |
STAFF
연 출 강규헌
기 획 양선모
각 본 강규헌
촬 영 정귀호
조 명 이창섭, 홍현기, 편근철, 윤원영
편 집 박찬수
녹 음 김 원
사운드 정혜경
믹 싱 김현옥, 김원
작 곡 박소연
미 술 양지정, 박주희
출 연 장남열, 김진영, 이경진, 윤태보
PROGRAM NOTE
아무도 없는 텅 빈 옥상 위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가방에서 끈을 꺼내고 카세트에 테이프를 걸어 왈츠를 추는 남자. 아마도 어느 가족의 가장일 그는 왜 옥상 위에서 홀로 춤을 추고 있는 것일까? 이윽고 영화는 또 다른 가장의 모습을 담는다. 아파트 거실 천장에 구멍을 내 튼튼한 밧줄을 매달고 아이와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그. 하지만 사랑스런 딸과 함께 보내는 행복한 시간은 거짓 행복일 뿐이었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파탄 난 한국 사회와 자살하는 가장들 그리고 남은 이들의 상처. 영화는 최근 한국 사회를 무겁게 내리 누르고 있는 절망의 그늘과 상처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실험적인 스타일로 담아내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욱 공포스럽고 끔찍한 느낌을 자아낸다. 죽음 직전 자살한 이의 손가락으로 바닥을 긁던 소리와 반복해서 책상을 두드리는 의사의 손가락, 자살한 이의 육체에서 쏟아져 내리던 오물과 (아마도 아이가 들어가 있을) 냉장고 안에서 베어 나오는 물, 깨어져 내용물을 바닥으로 쏟아내는 약병, 선풍기 앞에서 소리를 울리는 아이와 잠시 후 아이와 똑같이 선풍기 앞에 앉아 있는 엄마. 보는 것만으로도 차가움이 뚝뚝 묻어나는 청록색의 화면과 신경을 자극하는 소음들로 가득한 영화는 이렇듯 이미지의 중첩과 반복을 통해 이들의 상처가 결코 한 사람만의 것이거나 누구 한 사람의 잘못 때문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가족을 버리고 자살을 택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한 후 자꾸만 ‘차갑고 좁은’ 냉장고 안으로 숨어 버리는 어린 딸, 냉장고 안에 숨은 딸을 잃어버리고 찾지 않는 엄마, 이들 중 가해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일까? 세상의 모순 속에 모두가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 버리는 세상, 영화는 한 가족을 파탄내고 상처 입힌 근본적인 이유나 모순 자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옥상에서, 집안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가장들’의 모습은 그것이 어느 특정한 가족만이 것이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는 현실임을 보여준다. 악몽은 이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모은영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