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특별초청2

연상호 | 2012 | Animation | Color/B&W | HD | 29min

SYNOPSIS

정철민 병장의 분대는 중대의 부식 창고를 개조한 창이 없는 내무실에서 지내고 있다. 정철민의 분대는 군내에서도 모범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분대로 소문이 나 있는데 고문관 홍영수 이병이 들어오면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정철민 병장은 홍영수 이병을 자신의 분대에 맞는 군인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군대는 그런 것을 은근히 정철민 병장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홍영수 이병은 정철민 병장의 기대와는 달리 계속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다. 정철민 병장은 그런 홍영수에게 폭력을 가하기 시작하고 결국 홍영수는 자살 기도를 하게 된다. 그러자 군대라고 하는 조직은 급격하게 변화하여 정철민과 정철민의 분대원들을 가해자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조직이라고 하는 큰 틀에서 그 조직과 개인의 이익은 항상 다르다. 그리고 그 이익이 충돌하게 될 때 항상 폭력을 당하게 되는 것은 개인이다. 그 과정을 영화적 연출로 보여 주는 것이 작품의 목표이다.

FESTIVAL & AWARDS

2012 제8회 인디애니페스트
2012 제6회 대단한단편영화제
2012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2012 제14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12 제17회 광주인권영화제

DIRECTOR
연상호

연상호

2003 <지옥>

2006 <지옥: 두개의 삶>
2008 <사랑은 단백질>
2011 <돼지의 왕>
STAFF

연출 연상호
각본 연상호
스토리보드 연상호
캐릭터 연상호
배경 연상호, 우제근
레이아웃 연상호
애니메이션 연상호, 홍은표
3D CGI 연찬흠
음향 오윤석
목소리 이환

PROGRAM NOTE

한국 사회에서 ‘군대’는 어떤 의미일까? 군대에서의 시간은 종종 한껏 과장된 채 가벼운 술자리 안줏거리로 떠돌곤 하지만, 과장된 무용담이나 우스꽝스러운 농담거리가 아닌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군대’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정작 그다지 많지 않다. 만화가 최규석과 연상호 감독의 원안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창>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가벼운 농담 뒤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숨어 있는 ‘군대’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의 실체에 다가서고자 한 작품이다. 전작 <돼지의 왕>이 ‘학교’라는 훈육과 규율로 위장된 집단을 통해 한국 사회에 내재된 폭력의 구조를 파헤치려 했다면 <창>은 ‘군대’라는 질서와 규율, 감시와 처벌이 근간이 되는 또 다른 조직의 내부로 깊숙이 들어감으로써 조직과 개인 간의 문제, 가해자와 희생자 간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말년 병장 철민은 적당히 규정과 감시를 피해 가며 내무반을 모범적으로 이끌고 있다. 부식 창고를 개조해 만든 그의 내무반에는 ‘창’이 없지만 그가 내무반을 잘 이끌어가는 동안에는 창이 없다는 것도, 조금씩 규정을 어기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신병 영수가 철민의 내무반에 들어오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제까지 모범적이라 불렸던 철민의 군대 생활은 모든 것이 문제로 부각된다. 이른바 ‘고문관’이라 불리는 영수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촉발된 철민의 폭력, 이에 대한 영수의 저항 혹은 ‘교묘한 복수’와 그로 인해 궁지로 몰리게 된 철민. 그들은 서로에게 가해와 피해를 반복하지만 조직은 그들 중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 그저 조직의 안위와 질서 유지를 위해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뿐이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조직, 이들 사이에서 과연 피해자와 가해자는 누구일까. 영화의 마지막, 한껏 일그러진 철민의 얼굴은 굳건한 조직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하기만 한 우리 스스로를 비추는 ‘창’과도 같다.

모은영/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