챠이니즈 부키의 죽음
서울독립영화제2002 (제28회)
존 카사베츠 회고전
존 카사베츠 | 1976 | 드라마 | 35mm | C | 114min
SYNOPSIS
L. A.에서 스트립 바를 운영하는 코즈모 비텔리(벤 가자라)는 갱스터가 운영하는 도박장에서 돈을 날린다. 돈을 값을 능력이 없는 코즈모는 중국인 마권업자를 살해하면 빛을 탕감해주겠다는 갱의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지지만, 결국 살인에 나선다. 하지만 이 살인에는 그를 곤경에 처하게 하는 교묘한 계략이 숨어 있고, 그 때문에 코즈모는 위험에 처한다.
카사베츠는 <영향 아래 있는 여자>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뒤에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 마지않았던 필름 느와르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고, 마틴 스콜세지와의 간단한 대화를 통해 영화의 단순한 이야기를 구성해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이전의 카사베츠의 영화와는 다른 설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늘 자신의 삶과 연관된 영화를 만들었던 것과 달리, 카사베츠는 이 영화에서 자신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며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코즈모는 카사베츠가 그려낸 어떤 인물들보다 더 자족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스트립 바의 주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그가 운영하는 스트립 바는 세상의 혼란 속에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그리고 세계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의 무대 위에서는 혹은 <파리의 미국인>이 상연되고, 그 무대에서 그는 스턴버그적인 예술가로 존재(영화에서 스턴버그의 <푸른 천사>가 매번 언급된다)하지만, 그 바깥에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살인에 나서고, 이로 인해 곤경에 처한다. 그래서 느와르 갱스터 장르 영화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무대 위의 세계와 현실 세계간의 괴리와 충돌을 통해 보통의 평범한 미국인들의 삶을 반추하게 만들고 있다. 카사베츠의 영화는 대부분 열린 결말로 끝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또한 그런 열린 결말의 한 예라 할 수 있는데, 가령 카사베츠는 코즈모의 자족적인 세계와 그의 필연적인 퇴락(죽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을 여전히 미결정의 상태로 남겨두며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처음 이 영화는 러닝 타임이 133분에 이르는 긴 영화였지만, 나중에 흥행을 고려해 109분으로 대폭 축소되어 상영되었다.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은 <영향 아래 있는 여자>와 같은 흥행성공을 거두지 못한 영화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러닝 타임을 축소하면서까지 카사베츠가 꼭 상영하고 싶어했던, 한 마디로 그의 애정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김성욱, 영화평론가)
DIRECTOR
존 카사베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