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35mm 단편영화 특별전

유상곤 | 1998 | Fiction | 35mm | Color | 8min

SYNOPSIS

노인은 정신 나간 딸을 오토바이에 태운 채 한적한 길을 달린다. 갑작스레 소낙비가 내리고 그들은 운동장 옆 처마에서 비를 피한다. 노인은 딸의 젖은 머리를 닦고, 물을 먹여주고는 돌아서서 비 오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깊은 회한에 젖는다.

DIRECTING INTENTION

순간의 인상을 영화적 형태로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인상 뒤에 수많은 세월과 경험적 가치와 창작적 욕구가 수반된다.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자유로움으로 전개하려 했다.

FESTIVAL & AWARDS

1999 제21회 도쿄 피아영화제
1999 인디포럼 공식상영작
1999 제25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본선 상영작
1999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상영
1999 제15회 함부르크 국제 단편영화제 경쟁부문 (독일)
2000 제2회 세계단편필름페스티벌 한국부문 상영 (한국)

DIRECTOR
유상곤

유상곤

1992 <푸른 밤 하늘>

1993 <7248>
1996 <표류>
1997 <길목>
1998 <체온>
2000 <부적격자>
2001 <이른 여름, 슈퍼맨>
2004 <페이스>
STAFF

연출 유상곤
제작 유상곤
편집 유상곤
조연출 정인화, 조미경
각본 유상곤, 정인화, 조미경
촬영 이병호
녹음 이성철
기획 김영조, 백선희
음악 배영호
출연 이갑룡, 정혜경

PROGRAM NOTE

한적한 도로. 한 노인이 오토바이 뒷자리에 젊은 여성을 태운 채 달리며 나타난다. 젊은 여성과 노인이 어떤 관계인지, 혹은 그이의 딸인지, 영화는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다. 그저 여성의 힘없이 풀린 눈동자와 표정은 그녀에게 뭔가 문제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선 그들과 여성에게 건네는 한 모금의 물.  <체온>은 제작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 만나도 여전히 낯설고 궁금한 작품이다. 제목과는 달리 그다지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 삭막한 영화를 보면, 대체 왜 제목이 <체온>인지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끝까지, 그리고 몇 번 반복해 영화를 보다 보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무심한 듯 펼쳐지고 멈춰서는 풍경과 사물, 인물의 클로즈업, 생경하게 연속되는 소리들. 시적인 혹은 무의미한 씬들의 이어짐과 조합. 이 짧지만 강렬한 과정을 거쳐 노인이 여인의 머리를 닦아주고 물을 먹여주고 돌아서서 담배를 태울 때, 그의 주름 진 얼굴이 화면을 메우는 순간 우리는 그 걱정과 안타까움, 회한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다. 심상의 극대화. 그리고 누군가는 머리에서 또 누군가는 가슴에서 서서히 열이 오르고 있음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것이 여전히 가능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단편을 지금 다시 볼 이유는 충분하다.

김영우/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