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좋아하세요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단편 쇼케이스
김꽃비 | 2020 | Fiction | Color | DCP | 15min 59sec (E)
SYNOPSIS
지우는 바이크를 타고 캠핑을 즐기러 간다. 지우는 인스타에 올릴 사진이나 찍는 관광객, 깊이 없이 셀프비디오나 찍는 유튜버를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때 캠핑장에 남달라 보이는 백패커가 등장하고 지우는 첫눈에 그 사람에게 끌린다.
DIRECTING INTENTION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한심한 것일까? 과연 나에게는 그런 욕구가 없을까?
DIRECTOR

김꽃비
2011 나 나 나 :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STAFF
연출 김꽃비
프로듀서 최혜영
각본 김꽃비
촬영 김재현
편집 이영림
동시녹음 배꽃나래
음악 요조
조연출 박근영
출연 김꽃비, 요조, 박현영
PROGRAM NOTE
지우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바이크를 타고 달린다. 앞에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추면서 신나게 달리던 지우도 급정거를 하게 되고, 차에서 내린 남녀는 바다를 배경으로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캠핑장에 도착해 여유를 즐기려는데, ‘갬성캠핑’을 주제로 셀프카메라를 찍는 옆자리 유투버가 합석을 요청한다. 앞서 만난 사람들뿐 아니라 캠핑에 와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지우는 따뜻한 차와 함께 소설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여유’를 즐긴다. 그러다 왠지 눈길이 가는 백패커가 지우 옆에 자리를 잡는다. 그는 좋은 필름 카메라를 갖고 있고, 만년필로 글을 쓰고, 영문으로 된 예술서적을 읽는다. 지우는 나름 우월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자신의 모습과 옆자리 백패커의 아이템을 비교하는 데 정신이 팔려, 진짜 즐거움과 여유를 뺏기고 있었다.
타인을 판단하기만 했던 지우는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순간을 지나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을 갖게 됐는지 모른다. 타인들의 욕구와 자신의 욕구가 그다지 다르지 않았음을 말이다. 지우는 차에서 내린 남녀와 다를 바 없이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서 오토바이 사진을 여러 장 찍었고, 혼자 우아하게 읽는 소설책은 집중하기 어려웠고, 왠지 끌리는 옆자리 백패커와 합석해서 친해지고 싶었다. 우리가 즐긴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 타인의 시선뿐 아니라 스스로의 시선이 개입되고 있는 건 없는지, 감독이 영화 제목으로 ‘캠핑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듯 자신에게 질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자유로움을 느낀 순간이 언제였는지도 말이다. 여유와 낭만의 대명사인 ‘캠핑’에서 지우가 겪은 찰나의 모순들을 우린 아마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강혜민 / 서울독립영화제2020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