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국내초청(장편)

이송희일 | 2009|Fiction|Color|HD|109min 5sec

SYNOPSIS

말기 암 선고를 받고 홀로 시골에 남겨진 어머니를 둔 재훈, 변심한 애인에게 복수를 결심한 민재. 각자 다른 이유와 상처를 가슴에 안고 탈영할 수 밖에 없었던 두 남자, 그리고 그들을 돕게 된 한 여자. 이들의 생애 가장 필사적이었던 6일 간의 가슴 아픈 드라마가 시작된다.

DIRECTING INTENTION

탈영병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한 해에 수 백건에 이르는 탈영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의아스러웠고, 부족한 내공이긴 하지만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해보고 싶었다. 군대 내부 공간으로 시선을 돌리기보다는 탈영한 이후에 그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관심이 이 이야기를 쓰게 된 첫 번째 동기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모성(母性)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 모성에 대해 생각했을 때 축리히 감독의 1960년 작 <병사의 시>가 떠올랐다. 어머니를 향해 고향 앞으로 달려가는 한 병사의 이야기. 탈영 모티브를 통해 거대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회귀의 감성으로 아버지의 권력이기도 한 군대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싶기도 했다. 탈영 이야기를 내부자 입장에서 정면으로 했을 때 얻는 설득력보다 여기 한국 사회의 모든 남성들에게 원죄이자 부채이기도 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로 조금 더 많은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FESTIVAL & AWARDS

2009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송희일

이송희일

2000 < 슈가 힐 >
2001 < 굿 로맨스 >
2002 < 나랑 자고 싶다고 말해봐 >
2003 < 동백꽃 프로젝트 >
2006 < 후회하지 않아 >
2009 < 황금시대 > (공동연출)

STAFF

연출 이송희일
제작 이선미, 조윤진
각본 이송희일
촬영 윤지운
편집 이송희일
조명 강성훈
음향 이성진
음악 이병훈
출연 이영훈, 소유진, 진이한

PROGRAM NOTE

한국사회는 어느 곳이나 남성성이 넘치는 사회이고, 남성성을 강요하는 사회이다. 의무징병제로 젊은 남성들이 모여있는 한국의 군대 역시 획일적 남성성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개개인들의 서로 다른 개성과 욕망이 인정되지 않는다. 박민재 상병과 강재훈 일병 그리고 김동민 이병이 함께 탈영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의기투합하지 못한다. 탈영의 이유도 다르고 서로의 목적지도 다르다. 다리를 다친 동민은 자살을 선택하고, 쫓기는 신세인 민재와 재훈은 어쩔 수 없이 동행을 하게 된다. 재훈의 탈영 사실을 알게 된 선배 소영도 함께 한다. 이송희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탈주>는 이렇게 남자 두명과 여자 한명이 탈주의 여정을 떠나는 로드무비이다. 그러나 여느 로드무비들이 보여주는 순간적인 탈주의 쾌감과 낭만은 전해지지 않는다. 인물들이 갖는 상실과 절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민재는 자신이 강간당했다는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재훈은 결국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다. 세 명의 인물들은 탈주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목을 거듭한다. 군대가 그들을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커다란 압박으로 다가온다. 세 청춘들은 이 좁은 땅을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다. <탈주>는 이렇게 남성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남성성을 잃어버린 남자의 좌절을 그리고 끝내 모성을 만나지 못하는 남자들의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암울한 현실을 그렇게 히스테리칼하고 슬프게 담아내고 있다.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2009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