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부,아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단편경쟁
방은진 | 2004 | Fiction | DV | Color | 13min
SYNOPSIS
오늘도 파출부 노명숙은 일터로 나왔다.
업계에서 베테랑인 명숙은 나름대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일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드라마 보기이지만, 이는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꿈은 작가. 그녀가 일하는 곳도 여류작가의 집이다.
남에게는 사적인 공간, 자신에게는 일터이지만 이 공간에서 그녀는 진정한 일탈을 꿈꾼다.
DIRECTING INTENTION
내가 남에게 나의 사적인 공간을 열었을 때는 신뢰를 전제로 하며,
나의 부재동안에도 전과 다름없는 유지를 당부하는 것이다.
빈 집에 홀로 출근하는 파출부. 완벽한 타자.
그녀는 과연 내가 없는 동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이 작품은 출발하였다.
과연 아무 일 없는 것일까?
FESTIVAL & AWARDS
제2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 (2004)
레스페스트 2004 경쟁부문
DIRECTOR

방은진
STAFF
연출 방은진
촬영 최찬민
편집 김수진
조명 이성재
녹음 신지영
작곡 구태훈, 이종필
믹싱 신지영, 성지영
출연 이혜은, 양익준
PROGRAM NOTE
우리 사회에서 가사노동은 언제나 공식적인 생산 활동에서 제외되는 잉여노동과 같은 것이다. 모든 사회 활동의 기본이 되지만 동시에 그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는 것이 바로 가사노동이다. '파출부'는 이러한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대체노동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노동이 공식적인 생산 활동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일단 가정 안에 들어선 순간 그들의 노동 역시 가사노동이라는 잉여노동이 된다. 주부가 떠난 공간에 대신 들어선 대체 주부 파출부. '아줌마'로 불리는 그녀는 사모님의 반지를 끼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사모님이 되어 집안일을 하고 택배 배달원도 맞고 노트북 앞에 앉아 글도 끄적거려 보지만, 결국 TV 드라마를 보고 청소를 하고 김치를 담그고 짬을 내 차 한 잔 마시기도 하는 그녀의 하루는 사실 파출부나 가정주부 사모님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집에 돌아가서는 또 다시 똑같은 노동을 아무런 대가없이 하게 될 것이다. 가부장제가 중심을 이루는 현 사회속에서 가정주부는 어쩌면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파출부에 다름 아닐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렇듯 주인이 없는 자리를 대신한 파출부의 욕망과 잠시나마 누리는 일탈의 순간을 담지만 단순히 한 여성의 욕망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아니다'라는 부정어에 '파출부'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시작하는 <파출부, 아니다> 라는 제목 사이의 쉼표만큼이나 구별이 모호한 가정주부 혹은 파출부의 하루, 그것은 지금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모은영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