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틈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본선경쟁 단편
임철 | 2015 | Fiction | Color | HD | 26min 54sec
SYNOPSIS
소년 법정에 서게 된 기혁, 자신의 담당 판사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부탁을 한다.
DIRECTING INTENTION
어떤 사람이 지니게 된 기질의 연유와 사연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15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
2015 제2회 포항 맑은단편영화제
2015 제1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DIRECTOR

임철
2006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2008 <어디쯤에 가고 있나>
2011 < Universal Area >
2014 <슈우웅>
STAFF
연출 임철
제작 고형동 이한결
각본 임철
촬영 정운천
편집 정지윤
음악 최영두
미술 엄지은
사운드 안혜진
출연 서종봉 정도원 이학주
PROGRAM NOTE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며 욕을 한다. 으레 다음 장면은 퍽퍽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뭇) 발길질이 이어진다. 청소년 폭력을 다루는 많은 영화들의 시작이다. 대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는 주인공의 온몸에 피곤과 슬픔이 배어 있다. 그는 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가부장적 질서와 경쟁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 대한민국의 팽팽한 공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영화가 이들의 피곤과 슬픔의 원인을 ‘가정불화’, 그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찾는 건 전형적이지만 마땅히 이르는 결론이다. <폭력의 틈> 역시 기혁이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 피우는 뒷모습으로 시작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폭력을 가하는 기혁의 서글픈 얼굴로 이어진다. 소년 법정에 서게 된 기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관심을 보이는 판사에게 중학교 때 집을 나간 어머니를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미디어 속 어머니’는 폭력에 찌든 우리를 눈물로 감싸 안는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기혁은 유일한 쉼터를 잃은 채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와의 만남은 벼랑 끝으로 몰려 소년원까지 가게 된 기혁에겐 돌아갈 곳을 확인하는 일이다. 영화는 ‘판사의 무표정한 관심’과 ‘어머니의 매정한 판단’을 통해 폭력으로 견고하게 뒤덮인 기혁의 삶에서 작은 틈을 찾으려 한다.“기대 미련 다 버리고. 다 잊고, 마음 굳게 먹고, 원망해도 좋으니까. 기죽지 말고 살아.” 몇 년 만에 만난 어머니가 불안한 공기를 깨고 단호한 어조로 내뱉은 쓰라린 단절 선언, 기혁은 감당하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판사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퍽퍽퍽 기혁이 토해내는 슬픔을 판사는 소리 없이 토닥여준다. 성년이 되어가는 과정은 부모로부터 자립하는 과정이고, 자립의 불안은 시스템이 안아주면서 스스로 설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의 판단과 판사의 관심은 폭력으로 물든 한국 사회의 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절벽 끝에 서 있는 기혁에게 어머니의 말은 자신만 살겠다는 몸부림처럼 들린다. 기혁의 두 손에 채워진 수갑을 보고 있으면 그저 이 순간들이 막막해진다.
박배일/서울독립영화201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