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장 속의 원숭이들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중편)

노재승 | 2005 | Fiction | DV | Color | 40min

SYNOPSIS

촉망받는 신인 야구선수 원승의. 어느 날 그에게 나이 든 동물원의 조련사가 찾아와 어머니의 부고를 알린다. 이 과정에서 원승의의 아이를 가진 애인 인간숙은 원승의가 인간이 아닌 원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배속에 짐승의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깨닫고는 괴로워한다. 그녀에게 버림받은 원승의에게 얼굴에 흉측한 상처가 난 밤무대 여가수 추금자가 나타나고 그 둘은 감나무 아래에서 이상한 교감을 느낀다.

DIRECTING INTENTION

내 눈에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죄 많은 원숭이로 보인다. 그들은 모두 불쌍한 원숭이들이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가혹한 운명이 끊임없이 그들로 하여금 죄를 저지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불쌍하고 죄 많은 원숭이들이 살아가야만 하는 곳은 더러운 물로 가득 채워진 풀장 속이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이다. 기어이 살아가거나 죽도록 도망치거나.

FESTIVAL & AWARDS

2005 인디포럼
2005 제6회 서울필름페스티벌

DIRECTOR
노재승

노재승

2001 <할큄>
2001 <벌어짐> 
2002 <뭄>
2002 <그리고 우리는 말한다>
2004 <창호는 누구에게 물어보나?>

STAFF

연출 노재승
각본 노재승
편집 노재승
제작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촬영 이광우
조명 이명호
믹싱 김태연
녹음 김호원
출연 조선명, 이유신, 정청민

PROGRAM NOTE

<풀장 속의 원숭이들>은 인간들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인간관계 속에서 범하는 수많은 죄들의 연쇄 작용을 보여주는 영화다. 한 사람이 범하는 죄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이 변화한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죄로 연결된 공동체를 이루면서 서로 공모한다. 풀장 속의 원숭이처럼. 이 영화는 ‘죄’라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군상들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행위의 작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간이 아닌 원숭이가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원승의와 그의 새끼를 잉태한 인간숙. 동성애자인 아버지를 둔 추금자. 그리고 살인범.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장면과 장면의 고리를 가지면서 퍼즐처럼 이어진다. 장면의 등장 앞에 드러나는 텍스트는 그 장면을 설명하는 중요한 텍스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작품의 주제를 분명히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죄 사함을 받을 수 있는 구원은 없는가. 영화에서는 죄의 연쇄작용 속에서 윈승의와 추금자 사이의 모종의 연대감이 형성되는 감 따는 장면 속에서 작은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영화에서 제일 인간적인 모습은 추방 받은 사람들, 상처 입은 원숭이들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김화범 /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