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본선경쟁(단편)

이숙경 | 2013 | Fiction | Color | HD | 15min

SYNOPSIS

한밤중 취객과 남편에게 맞은 여자, 여자를 때린 남자가 지구대에 모여 소란한 밤을 함께 보낸다. 며칠 전 실연당한 젊은 경찰은 취객의 하소연을 들어줄 겨를이 없고, 집 나간 아내가 왜 자신을 떠났는지 알지 못하는 중년의 경찰은 아내를 때린 남자의 독백과 맞은 여자의 눈물 앞에서 당황한다. 외로운 사람들이 갇혀 사는 도시 한 귀퉁이, 지구대는 등대처럼 빛나고 그 안엔 사람들의 사연이 강물처럼 흐른다.

DIRECTING INTENTION

너무 억울하고 슬프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할 말이 많을 땐 다른 사람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동네마다 등대처럼 서 있는 지구대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래서 나는 말하지 못할 슬픔과 사연이 흐르는 실제 지구대 공간에서 경찰들과 함께 영화를 찍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에서 배우와 비전문 배우, 현실 공간에서 연출된 가상의 현실의 조각들을 재료로 한 편의 드라마를 구성하고 싶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각 신마다에서 작은 무대의 주인공으로 기능하고, 그 무대들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구축해 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이렇게 흐르는 시간의 일부를 퍼 담은 영화가 다리가 되어 서로 소통할 수 있기를.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숙경

이숙경

2002 <보여?>

2003 <아줌마 김씨의 장례식>
2004 <서른여덟살>
2005 <동네한바퀴>
2006 <일요일 오후>
2007 <다시>
2008 <어떤 개인 날>
2012 <간지들의 하루>
STAFF

연출 이숙경
제작 이숙경
프로듀서 강유가람
각본 이숙경
촬영 김구영
편집 이숙경
조명 김구영
음악 신성아, 임지훈
연출부 김혜정, 이영욱
출연 김학선, 정승길, 신윤숙, 송삼동, 오해리

PROGRAM NOTE

얘기 좀 들어 주시면 안 돼요? 뭐에 속이 상했는지 진탕 술을 마시고 자기 얘기를 들어 달라며 주정을 부리는 남자.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여자. 아내를 때린 적 따윈 없다며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울화를 토로하는 그녀의 남편. 한밤중 지구대에서 이들을 맞이한 경찰들에게도 속상한 사연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젊은 경찰은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를 받아들일 수가 없고, 중년 경찰은 아내가 왜 떠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24시간 불을 밝히고 도시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지구대의 어느 하룻밤을 담은 <하소연>에는 ‘할 말’ 많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속 시끄럽고 답답한 심정은 쉽사리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한다. 누군가 붙잡고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하소연하고 싶건만, 들어 줄 사람도 마땅치 않다. 아마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그렇지 않을까. <하소연>은 그들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어 주는 영화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말도 드라마틱한 눈물도 없지만, 각자의 하소연이 찬찬히 가슴에 스며든다.

김은아/서울독립영화제2013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