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한공주는 전학을 간다. 새 학교에서 만난 친구 은희는 공주의 노래 실력이 뛰어난 것을 발견하고 아카펠라 동호회에 끌어들인다. 그러나 공주가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보고 이전 학교 학부모들이 찾아와 난동을 부린다.

25m를 갈 수 있다는 신뢰와 믿음.

2013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무비꼴라주상, 시민평론가상

 <한공주>는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 한공주가 겪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보다는, 사회적 권력관계에 휘둘려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마저 희석되어 버린 권위적인 한국 교실의 안팎 풍경을 정교하게 관찰한다. 이수진 감독은 명민하게도 인생의 가장 처절했을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 어둡지 않은 시선으로 그려 낸다. 마치 영화의 톤 앤 매너의 불일치를 통해 일그러진 현실의 간극을 나타내려는 듯 말이다. 주인공을 아카펠라 동아리로 이끄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는 행복할 수 있었던 현실을 최악의 과거로 돌이키는 매개체로 돌변하고, 단지 물에서 살아나기 위해 배운다는 수영은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에선 다양한 해석을 위한 정교한 암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영화 내내 목도하는 인물들의 사적인 행동에 대한 은밀한 관찰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매스컴을 통해 한 줄 기사로 폭로되며 날아가 버리는 ‘사건’이 아닌, 한공주라는 피해자가 갖는 한 ‘인간’의 가치와 선택임을 영화는 정확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허욱/서울독립영화제2013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