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29세의 나이에 한국에 와서 2000년 7월 65세를 일기로 작고하실 때까지 가난과 독재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회 주변에서 민중들과 함께 한 사람. 철저한 가난 정신으로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로 몇 년씩 버티고, 권위를 거추장스러워 했던 신부! 서 로베르토 신부의 삶의 궤적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정신의 폭과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이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독립해 있는지를 지켜보게 될 것이며 참 사람의 조건에 대해 스스로 묻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신부님이 돌아가시고 애초 그분에 관한 기록물을 만들자고 제의 받았을 때 자신이 없었다. 한 개인을 특화시키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 생각해 봐야했고, 사진 찍히기조차 싫어하던 양반이 자신의 기록영화를 만든다면 좋아할 것 같지도 않았기 떄문이다. 그러나 한편 그 양반을 좀 더 알고 싶었고, 당신은 무척 영화를 좋아하기에 관심 있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