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거기 없었네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단편
김상현 | 2014 | Fiction | Color | HD | 52min 54sec
SYNOPSIS
19살 끝 무렵의 ‘상현’은 고백한다. 세상에 나오고 싶다.
DIRECTING INTENTION
내가 누구인지 인정하는 것보다 더 버거운 일은 어쩌면, 내게 쥐어진 주변의 세계가 어떤 곳인지 주의 깊게 듣고, 감각하며, 그것을 조금씩 감당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내게 주어진 것들에게 버려지기를 두려워하면서, 언제나 남모르는 곳에서 입을 쩍 - 벌리고 불안을 폭로하곤 했던 나의 열여덟, 열아홉의 시간들은 아직도 내 얼굴 주변에서 뜨겁게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침묵은 고맙게도 내가 이 묵직한 세상을 통과하기 위해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망설임이며, 동시에 이미 그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모든 크고 작은 움직임들을 감히 마주하기 위해 비로소 내놓은 엄두이기도 하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김상현
2014 <지극히 사적인 영원들로부터>
STAFF
연출 김상현
제작 김상현, 한태숙, 정이선
각본 김상현
촬영 한태숙, 정이선
편집 김상현
조명 한태숙
음악 프리플레이뮤직(주)
미술 정이선
영어자막 서유리, 남재민
출연 김상현, 권기하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하얗게 표백된 방 안에 혼자 앉아 있는 남자를 본다. 그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손으로 쓴 시가 검은 화면 위에 떠오르고, 겹쳐진 두 남자의 몸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김상현의 <할 말은 거기 없었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자막과 목소리로 이루어진 상현의 고백(시, 질문과 답변, 일기)이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는 두 배우가 연기하는 상현과 석준의 만남이 있다. 김상현은 여느 영화들처럼 화면과 사운드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대신, 따로 분리하거나 조금씩 지연시킨다. 자막이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 장면에서도 화면에 보이는 동작과 들려오는 대사는 일치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일치 또는 새로운 접합은 내러티브에 집중하는 대신 감각적으로 영화를 인지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묘하게도 무척 관능적인 경험이다. 이토록 대담하고 도발적인 영화를 통해 마침내 세상에 나온(coming out) 젊고 용감하고 명민한 감독을 환영한다. 그의 다음 영화가 몹시 기다려진다.
김은아/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