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민용근 | 2010|Fiction|Color|35mm|108min | 최우수작품상 & 코닥상 & 독립스타상-배우 유다인
SYNOPSIS
18살 고등학생 혜화와 한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혜화가 임신을 하자 한수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혜화 앞에 갑자기 나타난 한수는
죽은 줄 알았던 자신들의 아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한수의 말을 믿지 못하는 혜화. 하지만 아이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그 속에서 쉽게 놓아버린 인연의 끈과 그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상처들.
소중한 인연 앞에서, 비겁해지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FESTIVAL & AWARDS
201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비전부문 감독상
DIRECTOR

민용근
1996 <주말>
1997 <엄마, 미안해요>
1997 <엄마와 전도사>
1998 <봄>
2006 <도둑소년>
2009 <원나잇스탠드>
STAFF
연출 민용근
제작 심현우
각본 민용근
촬영 나희석
편집 왕수안
음향 성지영,홍예영
음악 김명종
출연 유다인, 유연석
PROGRAM NOTE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혜화는 철거로 폐허가 된 마을을 배회하는 유기견을 구조한다. 탈장이 된상태로 동네를 배회하는 커다란 하얀 개를 발견한 그녀는 개를 데려오기 위해 몇 번이나 그곳을 찾지만 번번이 허탕을 치고 만다. 대신 그녀 앞에는 5년 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떠났던 한수가 나타난다. 그리고 혜화는 채 아물지 않은 상태로 기억 깊숙이 숨겨 놓았던 5년 전의상처와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은 서로에 대한 상처만을 남긴 채 헤어졌던 사람들의 뒤늦은 해후와치유, 조금은 느린 성장에 관한 영화다. 5년 전, 불안감 혹은 두려움 때문에 혜화를 떠났던 한수,홀로 남아 그 시간을 오롯이 견뎌낸 혜화나 떠나간 한수 모두에게 5년은 그저 집행유예 같은 시간이었을 뿐, 재회한 그들은 5년 전의 시간에 여전히 머물러 있던 자신들을 발견한다. 밖에서 낳아 데려온 자식을 거둬 준 노모에 대한 고마움 혹은 죄의식, 버림받은 상처가 너무 커 떠나보냈던 개 혜수와 강아지들에 대한 죄의식, 그리고 지켜내지 못한 아이에 대한 죄의식. 혜화가 버려진 개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하얀 털에 누런 꼬리를 한 떠돌이 개를 그토록 찾아 헤매고, 동물병원 원장의 여섯 살 아들에게 세상을 떠난 ‘엄마’의 자리를 대신했던 것도 어쩌면 오랜 시간 혜화를 사로잡아 왔던 죄의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한수가 아이를 그토록 찾아 헤맸던 것도, 입양되었다 고집스럽게 확신했던 것도 이런 죄의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그리고 혜화는 그저 과거의 시간 안에 머무르지만은 않는다. 상처와 죄의식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뿐, 잊은 척 감춰 두었던 그 시간과 똑바로 마주하게 됐을 때 혜화는 멈추었던 시간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자신을 위해, 여전히제자리에 머물러있는 한수를 위해, 그리고 떠나 간 아이를 위해. 배경이 된 스산한 계절만큼이나 시린 청춘들의 상처에 가슴 한 켠이 시큰해 오지만 상처를 딛고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진심을 다해 지켜보고 싶어지는 영화.
모은영 /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