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특별장편
이광국 | 2017 | Fiction | Color | DCP | 107min (E)
SYNOPSIS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날, 여자친구 집에 얹혀살던 경유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습니다. 갈 곳을 잃은 경유가 캐리어 하나를 끌고 길 위에 섭니다. 탈출한 호랑이의 행방이 사람들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줍니다. 경유는 대리운전을 하며 이곳저곳을 흘러 다니다 옛 연인이었던 유정과 마주칩니다. 유정은 경유가 그토록 원했던 소설가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유정은 소설을 쓰지 못해 궁지에 몰려있습니다. 다시, 경유와 유정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됩니다.
DIRECTING INTENTION
문득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비겁한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혹은 중요한 결정의 순간들 앞에서 막연하거나 혹은 상투적인 두려움 때문에 결국 도망을 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지나쳐야 할 시간 역시 그런 두려움 앞에서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힘이 닿는 한, 그런 순간들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대면하고픈 희망이 이 이야기의 출발이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두려움 앞에 서 있는 저를 비롯한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FESTIVAL & AWARDS
2017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광국
2011 <로맨스 조>
2012 <말로는 힘들어>
2014 <꿈보다 해몽>
2015 <시선사이> 중 <소주와 아이스크림>
STAFF
연출 이광국
제작 이광국
프로듀서 안보영
각본 이광국
촬영 김형구
편집 손연지
조명 이의행
음악 연리목
동시녹음 손용익
의상 조상경
출연 이진욱, 고현정
PROGRAM NOTE
애인에게 버림받고 대리 기사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남자. 한때 그의 꿈은 작가였다. 그 시절 이 남자와 연애를 했고 이후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여자. 지금 그녀는 글을 쓰지 못한 채, 술만 마신다. 어느 밤, 대리기사와 손님으로 두 사람은 우연히 재회하고 어색하게 근황을 나누다 헤어진다. 외롭고 처량한 나날들은 이제 좀 활기를 얻을 것인가. 이제야 드디어 사랑의 ‘드라마’가 상연될 것인가. 우리는 기대한다. 하지만 영화는 아주 작은 변화의 가능성, 아직은 끝나지 않은 감정의 잠재성을 미약하게 품은 장면을 가까스로 만지고 나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길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세계의 눈빛과 몸짓은 그래서 과장 없이도 묘하게 관능적이면서도 나른하고 체념적이며 냉정하다. 이광국의 지난 세계들을 특징짓던 중층적인 이야기 구조가 이 영화에서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단순하고 명징하게 펼쳐져 덩그러니 우리 앞에 놓인다. 이야기의 오밀조밀하며 과감한 겹들에 기대지 않는 대신, 감독이 믿고 의지하는 건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영화는 인물들의 내면에 섣부르게 들어가 그걸 억지로 끄집어내지 않고도 그들을 제대로 쳐다보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배우 고현정은 그런 영화의 응시를 감각하며 거기에 충실히 반응하는 법을 마치 귀신처럼 터득한 사람처럼 느껴지곤 한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