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길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장편)
정재훈 | 2009|Documentary|Color|Beta|72min
SYNOPSIS
햇빛이 가득한 산동네.
동네에는 나무도 있고,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고, 집도 있다.
어느 밤, 동네에 알 수 없는 빛이 번쩍인다.
DIRECTING INTENTION
나는 집 밖으로 나가서 동네를 오랫동안 쳐다보곤 했다.
그렇게 동네에 머무르면서 내가 보고 들었던 게 이야기가 되었다.
FESTIVAL & AWARDS
2009 시네마디지털서울
DIRECTOR

정재훈
2004 < 누군가의 마음 >
2005 < 2005.1 홍제천 물 >
2006 < open light >
2006 < 한낮, 공처럼 >
2007 < 어둑서니 >
2007 < 인디포럼 2007 폐막영상 >
STAFF
연출 정재훈
제작 정재훈
촬영 정재훈
편집 정재훈
음향 정재훈
사운드믹싱 고은하
PROGRAM NOTE
호수길은 평범한 주택가의 이름이다. 이곳에는 골목이 있고 작은 집이 빽빽이 모여 있고 인간이 머무는 틈 사이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자연도 머문다. 가끔 차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어놀고 자신을 바라보는 카메라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마주본다. 감독은 이들이 흥미롭다는 듯 카메라의 줌을 당겨 집중하다가도, 다시 한동안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영화의 시선에는 별다른 수사가 없다. 관객에게 무엇을 해서 보여주거나 이상의 끌어내기 보다는 그저 드러내고 싶기만 한 것 같다. 찍는 대상을 픽셀 하나하나까지 다 드러나도록 줌으로 끌어당길 때는 이 영화를 디지털 캠코더로 찍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감추지 않는다. 영화는 별 다른 이야기 없이 절반이 지나가지만, 그동안 과묵한 이미지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자연에서 채집한 아름다운 소리들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그러나 평화로운 동네에 갑작스런 변화가 찾아온다. 이상한 불빛이 반짝이더니 건물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떠나고 동물이 죽는다. 괴물이 나타나서 서울을 부수기라도 한 건 아니다. 마치 그렇게 보이지만, 건물을 철거하는 포클레인이 괴물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것은 괴물이 아니며 괴물이라고 부른다면 인간이 불러온 괴물들이다. 기계가 오가고 먼지와 굉음이 터지는 동안 호수길의 아름다운 풍경은 허무하다는 표현을 쓸 사이도 없이 사라진다.
이건 호수길 뿐 아니라 한국 전체에 일어난 일이다. 개발에 대한 욕망은 시대의 화두이며 현 정부가 만드는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개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개발로 인해 정말 무엇이 사라지는지 그들이 깨닫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니면 깨달음이 전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호수길>이 개발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와 차별되는 것은 이 지점이다. 영화는 개인의 감정을 담고 바라본 대상이 개발의 폭력으로 인해 사라지는 현실에 대한 조용한 기록이다.
김이환/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