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장편 쇼케이스
황슬기 | 2024 | Fiction | Color | DCP | 86min (E)
TIME TABLE
11.30(토) | 11:40-13:05 | CGV압구정(신관) ART2관 | E, GV, 12 |
12.4(수) | 20:00-21:25 | CGV압구정(본관) 2관 | E, GV, 12 |
SYNOPSIS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홍이는 자신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엄마 서희를 요양원에서 데리고 온다. 홍이는 그저 돈이 목적일 뿐 서희와의 생활에서 어떤 기대도, 잘 지내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홍이는 서희의 돈으로 자신의 빚을 갚기도 하고 데이트를 즐기기도 하면서, 서희의 돈을 몰래 쓰는 것에 무감각해진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이, 홍이와 서희는 상처를 주고받던 자신들을 마주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간다. 하지만 30대 후반, 일과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려는 홍이에게, 서희의 존재와 깊어지는 치매 증상은 무겁게 다가온다.
DIRECTING INTENTION
바쁘게 보낸 2, 30대를 지나 40대를 앞두고 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어느새 경제적, 사회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비혼 여성이 되어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지방에 홀로 계신 어머니의 유일한 보호자임과 동시에 나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위치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나는 분명히 세상에 있음에도, 사회 속의 나는 잘 보이지 않는 투명한 존재였다.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가난과 불안, 더불어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또래,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비정규직, 비혼 여성들의 삶을 떠올려보았다.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삶과 고군분투하고 있을 텐데 다른 연령대에 비해 그 실체도, 또한 존재도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고 궁금하게 여겨졌다.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그녀들은 어디에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고 어떻게 사회와 연결되어 있을까. 혹은 얼마나 소외되어 있을까.
영화 <홍이>는 그 궁금함과 두려움에서 시작한 영화이다. 분명히 존재함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영역에서 빗겨 나간 사람들, 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했다. 더불어 가장 활발히 삶을 꾸려야 할 시기에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비정규직, 비혼 여성들의 존재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2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DIRECTOR

황슬기
2011 미아
2017 자유로
2021 좋은 날
STAFF
연출 황슬기
제작 김세훈, 백경원
각본 황슬기
촬영 김지현
편집 박세영
조명 차민선
음악 이민휘
미술 김채람
출연 장 선, 변중희
PROGRAM NOTE
엄마 서희는 습관적으로 ‘복 달아나니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에서 마주한 홍이는 그다지 복이 없어 보인다. 가늠키 어려운 빚이 쌓여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여러 일을 병행하지만, 그럼에도 치매에 걸린 엄마를 요양원에 모실 수 없어 엄마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홍이는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근심거리가 쌓여 가는데, 다른 이들은 홍이보다 조금 더 살아 봤다는 이유로 세상살이를 조언하기 일쑤다. 여기까지 말하면 마치 꿈과 현실 또는 행불행과 같은 대조적인 풍경 속에 인물을 집어넣고 어떻게 곤궁을 빠져나가는지에 초점을 둔 영화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황슬기는 인물의 ‘복 없는’ 상황에 서사를 몰두하거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지 않는다. 인물을 매 순간 옥죄겠다는 태도가 없다. 외려 홍이의 생활을 공들어 묘사할 때 아직은, 인간에 대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쪽은 아닌 선택을 보여 준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그럴 수 있을까? <홍이>는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여러 순간을 응시하고 그런 순간마다 다른 차이를 발생시키는 태도의 ‘결’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고심하는 홍이의 얼굴을 세공한다. 여기서 대조를 논할 수 있다면 성숙과 미성숙, 지혜로움과 서투름 사이에서의 헤맴일 것이다. 장면 대부분에서 홍이는 비슷한 차림새로 등장하지만 이씨 성을 가진 그녀가 홍이, 이홍, 홍이 씨, 선생님 등으로 불릴 때마다 배우 장선은 조금씩 다른 바람을 불어넣는다.
변해빈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