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성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장편)

정재훈 | 2011|Fiction|Color|Beta|74min

SYNOPSIS

젊고 잘생긴 한 남자가 온 힘을 다해 일터와 집을 오간다.

DIRECTING INTENTION

힘이 들수록 더 힘을 내겠다는 마음.

FESTIVAL & AWARDS

2011 제5회 시네마디지털서울

DIRECTOR
정재훈

정재훈

2009 <호수길> 

STAFF

연출 정재훈
제작 정재훈
각본 정재훈
촬영 정재훈
편집 정재훈
음향 정재훈
음악 박다함
출연 이명재

PROGRAM NOTE

<환호성>은 사계절의 낮과 밤을 오로지 노동으로만 보내는 한 남자의 초상이다. 일찍이 플라톤은 『국가』에서, 노동의 시간만 허락 받은 철의 종족인 장인들의 질서와, 밤 시간에 사유하거나 회의를 하며 폴리스에서의 정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금의 종족들, 즉 통치자의 질서를 구분했다. 다음날 다시 일터로 가기 위해 쌓인 피로를 씻어야 하는 밤. <환호성>의 젊은 남자에게 허락되는 여가도, 철의 종족의 경우처럼, 곤한 잠과 담배 한 대 뿐이다. 감독도 자신의 주인공에게 굳이 사유의 시간을 주려 하지 않는다. 연출자는 한 술 더 떠 이 남자를 철저한 고대 노동자의 형상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상징적 황금”에의 욕구를 갖지 못하며, 자신의 삶을 이루는 시간을 화폐로 교환하는 데만 열중하는 이로 그린다.

고통스레 잠에서 깨어나 말 없는 노동으로 점철된 일과를 보내는 프롤레타리아로 젊은 남자의 형상을 고정하려는 카메라는, 남자의 몸과 잠의 이미지를 훔친다. 드물고 짧은 그의 산책길은 노동이 끊어 버리고, 일만 하는 그의 신체는 살덩이와 같아 정치의 장인 공동체와 갈등을 일으킬 도리 밖에 없다. 침입자인 감독의 시선에 상징적 황금을 위한 수고를 온전히 맡겨 버린 젊은 노동자는 종내 소음만 만들어 낸다(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노이즈 음악인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감독이 훔쳐낸 이미지는, 침묵 속에 그를 지켜보던 우리 모두의 이데아가 된다. 잠만으로 살 수 없다 믿는 우리는, 이 이데아의 허기를 메우고 싶어서 남자의 의식이라는 시뮬라크르를 갈구하게 된다. 황금이 함께하는 그의 진정한 숙면을 고대하는 우리의 번뜩이는 시선은 이 시뮬라크르를 빛나게 하지만, 여전한 허기는 이데아에 구멍을 낸다. 영화는 놀랍게도, 익숙한 표상 체계를 자유로이 이탈해, 이 구멍과 빛들을 하늘의 별처럼 실제로 보여준다. 표상을 거부하는 감독은 신화 역시 거부하기에, ‘물질’로만 불리는 뭇 존재들에서도 빛줄기를 찾아낸다. 이 새롭고 평등한 세계 속에서, “있어야 할 곳”에 거하는 젊은 남자, 이 한 마리 동물의 존엄함은 그의 등에 날개를 돋게 한다. 그 현전은 실로 눈부시다.

신은실/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