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특별장편

민병훈, 이상훈 | 2017 | Fiction | Color | DCP | 88min (K)

SYNOPSIS

이른 아침 강남역. 검정색 승합차에 어두운 표정의 세 명의 남녀가 올라탄다. 소설가 장원, 전직 피아니스트 가영, 성형외과 의사 새날. 세 사람은 시골의 어느 한적한 모텔로 향하게 되고, 그 곳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려 한다. 고요한 모텔 방 안, 각자에게 주어진 알약 한 통 앞에서 각자의 사연을 담은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흘러가며 이별의 밤이 찾아온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영문을 알 수 없는 이끌림과 함께 그들은 각자의 풍경 속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걸음을 따라 시공을 초월한 환상같은 여정을 맞이하게 된다. 대자연의 공간, 유럽의 골목길, 공연장을 넘나들며 꿈결처럼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된다. 과거로부터의 분열과 현실의 속박이 교차하며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지칠대로 지쳐버린 생의 의지를 음악으로 부터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DIRECTING INTENTION

지금까지의 사진과 미술에서 영역을 확장시켜 음악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려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황제”. 한국 자살율 OECD 회원국 중 1위, 이제는 너무 흔해져 버려 아무 감흥도 오지 않는 단어 “자살”.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을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쉬이 어쩌지 못합니다. 먼저 손 내밀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 뿐 입니다. 자칫 내가 피해볼까 두려워 지기까지 합니다.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로 가득한 세계에서 함부로 누군가를 위로조차 하지 못합니다. 영화감독으로서 당연히 영화로 위로와 용기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아주 우연처럼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운명처럼 영화 “황제”의 기획이 시작되었습니다.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어떤 ‘시도’들을 하기 위해 모인 이들에게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감동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진정한 치유를 발견하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만나게 하려 합니다.

FESTIVAL & AWARDS

2017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민병훈, 이상훈

민병훈

1998 <벌이 날다>

2001 <괜찮아, 울지마>

2006 <포도나무를 베어라>

2010 <노스텔지아>

2012 <터치>

2014 <사랑이 이긴다>

2014 <평정지에는 평정지에다>

2014 <너를 부르마>

2014 <부엉이의 눈>

2015 <감각의 경로>

2016 <시화공존>

2017 <설계자>

STAFF

연출 민병훈, 이상훈
제작 민병훈필름
프로듀서 김석범
각본 민병훈
촬영 이상훈, 송민우, 박병준
음악 김선욱, 김명환
출연 김선욱, 서장원, 박가영, 김빛새날, 홍이주

PROGRAM NOTE

각자의 절실한 이유를 안고 자살을 앞두던 청춘들이 기적처럼 생을 다시 마주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뼈대다. 상처 입은 남녀들이 등장하고 내면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일관된 이야기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찍은 광활한 자연의 풍광, 공연장과 연극 무대를 오가는 배경, 무엇보다 영화 속 모든 존재들과 활동들을 웅장하게 아우르는 음악이 <황제>를 이룬다. 특정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분위기, 기운, 힘을 형상화하고 그것들로 누군가의 마음에 젖어들고 싶어 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뿐만 아니라, 그의 몸과 영혼을 통과한 베토벤과 브람스 등의 아름다운 곡들이 단연 이 영화의 중심이라고 할만하다. 감독은 우연히 공연장에서 그가 연주하는 ‘황제’를 듣고 위로를 받아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선욱의 팬들에게는 연주 장면뿐만 아니라, 피아노 없이도 그가 등장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민병훈 감독의 ‘아티스트 시리즈’ 중 하나로 사진과 미술에 이어 이번에는 음악이 그의 세계가 되었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