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여정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김진유 | 2025 | Fiction | Color | DCP | 124min (KE, E)
TIME TABLE
| 11.29(토) | 14:20-16:24 | CGV압구정(본관) 2관 | E, KE, GV, 12 |
| 12.4(목) | 16:30-18:34 | CGV압구정(신관) 4관 | E, KE, GV, 12 |
SYNOPSIS
벚꽃이 눈처럼 내리는 봄날. 춘희는 병원 근처 낡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그랜드 피아노를 아파트로 옮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15층에 사는 민준은 피아노를 자기 집에 두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춘희와 민준은 만난다. 독일에서 자란 입양아 민준은 현재 지휘자로 일하고 있으며, 친어머니를 찾아 한국에 왔다. 친어머니의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민준은 춘희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고아가 된 성찬이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꾸도록 격려한다. 춘희는 남편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은 안락사 날짜를 기다려 왔다. 하지만 죽음이란 언제나 그렇듯,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그녀는 매일 남편이 남긴 피아노와 아제라 자동차를 청소한다. 그녀가 책에서 우연히 읽은 구절이 있다. "인생은 먼지를 닦아내는 끝없는 과정이다. 그리고 죽음은 그 먼지가 쌓이는 것에 불과하다." 피아노와 자동차를 닦던 그녀는 남편의 옛 모습을 떠올린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남편은 얼룩이나 주름 하나 없이 맑다. "우리가 누구든, 죽음은 바로 우리 앞에 있다." 춘희의 건강이 서서히 악화되면서, 그녀는 여정을 떠난다.
DIRECTING INTENTION
최근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동반 안락사를 선택했습니다. 몇 해 전에는 장 뤽 고다르 감독도 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현재 몇 국가에서는 환자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고, 환자의 병이 호전될 가망이 없으며 세상을 떠나겠다는 명확한 의지가 있는 경우에 한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꼭 한번은 죽게 됩니다. 사람마다의 생김새, 가치관, 삶의 모양이 제각각이듯 죽음의 모양도 다양합니다. 어쩌면 스스로 결정하는 죽음도 그 중 하나일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이며, 죽음을 앞두고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가족이 없다면?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거기에 더해 삶과 죽음, 가족의 형태 그리고 각 세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FESTIVAL & AWARDS
2025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KBS독립영화상
DIRECTOR
김진유
2018 나는보리
STAFF
연출 김진유
제작 조남현
각본 이가홍, 김진유
촬영 이큰솔
편집 김서영
조명 장한별
음악 권현정
출연 김혜옥, 저스틴 H.민, 공민정, 박대호
PROGRAM NOTE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춘희는 자그마한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유품인 피아노와 자동차. 연주도 못하고 운전도 못하지만, 춘희는 매일 피아노를 닦고 세차를 한다. 피아노 덕분에 생긴 이웃사촌 민준은 음악가. 어릴 적 입양되었는데 엄마를 찾으러 독일에서 왔다. 고아인 성찬은 민준의 제자. 천재 피아니스트이다. 김진유 감독의 <흐르는 여정>은 감독의 전작 <나는보리>와 마찬가지로 ‘가족’에 대한 영화다. <나는보리>가 코다인 주인공 소녀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면, <흐르는 여정>의 주인공은 60대 여성이다. 남편의 죽음으로 홀로 된 그는 민준과 성찬을 통해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 여기서 춘희는 이웃에게 끊임없이 주는 사람이다. 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지만 <흐르는 여정>에서 종교성을 느끼는 것은 그런 이유다. 감독은 극적 설정이 아닌 캐릭터가 지닌 삶의 태도를 통해, 춘희의 헌신적이며 섬기는 모습을 통해, 잔잔하지만 강력한 정서적 울림을 만들어 낸다. 이 세상에 머물다 가는,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 착하면서도 귀한 영화다.
김형석 / 서울독립영화제202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