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11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단편

이상민 | 2020 | Documentary, Experimental | Color+B/W | DCP | 11min 11sec (K, E) | 새로운선택상

SYNOPSIS

7011은 S가 자주 타던 버스이다.

DIRECTING INTENTION

버스를 기점부터 종점까지 타고 영화를 만드는 과제가 있었다. 나의 친구 S는 자신이 살았던 모든 집과 학교, 남친 집, 전남친 집, 알바하던 타코가게에 7011 버스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래서 S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했고 나는 그 버스를 탔다. 은평차고지에서 시작해서 은평차고지로 되돌아가는 버스에서 S에 대해, S가 만드는 작업에 대해 생각했지만 도입부의 글은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재활용 플라스틱 얘기. 좋아하던 남자 얘기. 촬영을 앞두고 S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의 마지막 밤에 우리는 노래방에 갔었다. 의도하지 않았고 만들고 싶지 않은 영화가 첫 작업이 되었다. 괴롭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상민

이상민

 

STAFF

연출 이상민
각본 이상민
촬영 이상민
편집 이상민
내레이션 이상민
녹음 변유열

PROGRAM NOTE

영화는 노래방에서 이정현의 '와'를 부르며 맥주를 마시는 한 친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친구의 이름은 ‘S’다. 영화 제목인 <7011>은 S가 자주 타는 버스의 번호다. S는 7011 버스 안에서 스치는 것들을 생각한다. S는 스치는 것들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관찰한다. 영화는 S의 시선을 다양한 이미지들로 보여 준다. 그러다 버스는 종점에 이른다. 영화는 정적이 흐르고 벽화 속 고래 한 마리는 외로이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를 바라본다. 덤덤하게 S를 소개하던 감독의 내레이션은 어느새 속삭임으로 변해 있다. 속삭임은 너무나 또렷하여 닿을 수 없는 곳까지 한 번에 도달한 듯하다. 우리는 화자의 입장으로 또 청자의 입장으로 속삭임을 숨죽여 듣게 된다.
텅 빈 수족관을 빙글빙글 도는 영화 속 벨루가는 감독의 모습을 대신한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얼마 전 죽은 친구와 비슷해서일까. 벨루가는 그 유리창 앞을 계속해서 돌고 있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을 S의 시시콜콜한 7011 버스 이야기로 채웠다. 노래방 불빛 반짝임이 자신의 얼굴에 비치느냐고 묻는 S는 반짝였다. 영화는 다시 노래방에서 노래를 예약하는 장면으로 끝이 나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S를 영화 속에서 끝없이 살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태어난 이후 자신이 사용해 왔던 플라스틱 중 온전히 사라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말하던 S는 플라스틱뿐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양의 반짝임을 세상 곳곳에 남겨 놓고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박수연 / 서울독립영화제2020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