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단편)

이상일 | 2012 | Fiction | Color | HD | 13min

SYNOPSIS

아파트 8동. 팔 하나가 현관문 우유 투입구 안으로 들어와 있다.

DIRECTING INTENTION

팔.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상일

이상일

2009 <암초가 있는 곳>

STAFF

연출 이상일
제작 이상일
각본 이상일
촬영 이큰솔
편집 이상일
조명 이큰솔
음악 모임 별
미술 성미선, 김도연
믹싱 개화만발 스튜디오
출연 안세은

PROGRAM NOTE

파란 잔디밭 위에 하얀 양옥집이 서 있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장식된 넓고 깨끗한 실내엔 온갖 가전제품들이 가득하다. 어릴 적 내가 선망하던 미국식 스위트 홈의 모습이다. 그런 집에 사는데 행복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부엌에선 앞치마를 두른 예쁜 엄마가 웃고 있고 거실에선 화이트칼라 아버지가 신문을 보며 미소 짓는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내 또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었다. 그게 어찌나 유혹적이던지 그걸 가질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을 꿨다. 꿈은 이루어졌고, 현실화된 우리 꿈의 몰골에 놀랐을 때는 이미 우리가 만든 현실에 갇힌 뒤였다. 우리의 꿈만큼이나 획일적인 우리의 스위트 홈. <8>에서 그곳에 사는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우유 투입구 앞에 앉아 있다. 닫힌 아파트에서 밖으로 열린 유일한 구멍. 아이는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은 버려두고 구멍으로 기어들어 온 정체 모를 팔과 놀고 있다. 팔은 장난감처럼 유순하게 굴다가 갑자기 아이를 낚아채 잡아당긴다. 아이는 저항하지만 이미 그 거대한 매혹으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다. 문고리를 잡고 버티던 아이가 손을 놓으면, 탈출이다.

김지현/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