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ranslation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김보형 | 2010|Documentary|Color|DV(Beta)|13min14sec

SYNOPSIS

미국 학교는 총을 든 경비가 상주하기 때문에 더 안전해서 좋다는 어린이. 미국에 가면 사람들이 더 똑똑해진다고 생각하는 어린이. 미국에 다시 갈 수 있을 것 같아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어린이. 영어를 습득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초등학생들이 겪는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 자신감과 불안감은 ‘글로벌’ 한국이 영어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욕망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DIRECTING INTENTION

이 영상물은 소위 ‘글로벌’ 시대에 영어가 어떻게 한국 어린이들 심리에 깊이 침투해 사고의 틀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관찰이다. 영어가 국어보다 더 중요해진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영어로 상징되는 미국은 아직도 “more good"인 동경의 대상이다. 영어는 경쟁력인가, 아니면 우리 무의식에 조용히 들어앉은 또 다른 모습의 식민주의인가. 한국사회가 보여주는 영어에 대한 강박적이고 맹목적인 노력은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제시하는가. 그리고 왜?

FESTIVAL & AWARDS

2010 제10회 인디다큐페스티발

DIRECTOR
김보형

김보형

STAFF

연출 김보형
촬영 김보형
편집 김보형

PROGRAM NOTE

영어 발음을 위해 어린 아이의 혀 수술까지 감행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더 이상 영화 속 허구가 아닌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끔찍한 현실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영어공화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을 보다보면, 자꾸 소름이 끼친다. 이 영화는 한국의 영어마을, 그러니까 진짜 미국이 아니라 모형으로 된 미국 안에서 미국 선생님들과 영어를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는다. 아니, 그걸 그대로 찍은 게 아니라(만약 그랬어도 편하게 보기 힘들었겠지만) 기괴한 형태 안에서 조립한다. 말하자면 실험적 형식으로 자신이 다루는 대상 혹은 내용의 비정상성을 더욱 시청각적으로 비틀어버리는 식이다.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티브이 뉴스가 범죄자를 인터뷰할 때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처럼 뭉개져 있고,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변조된 음성이다. 영화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수업 풍경이 아니라, 영어 질문에 영어로 답하는, 영어 기계 같은 아이들의 개별성을 상실한 모습을 분할된 화면과 인공적인 톤으로 부각시킨다. 그런데 충격적인 건, 이들의 발음이 ‘미국인’에 가까워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사고의 수준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하다는 사실을 영화가 반복해서 들려줄 때다. 이를테면 ‘미국이 왜 좋은가?’, ‘영어를 왜 잘하고 싶은가?’, ‘영어를 왜 공부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에 그 어떤 능동성은커녕, 세상에 대한, 그리고 부모에 대한 냉소, 분노, 체념이 깔려있다. 여기에 아이들을 이 지경으로 몰고 온 부모들의 인터뷰가 더해져 단 한 치의 후회나 의심도 없이 영어 맹신주의를 설파하는 그들의 해괴한 논리가 덧붙여지면서, 영어공화국의 신자유주의적 초상이 완성된다. 이 영화는 이 일그러진 현실에 대한 일그러진 초상이자 이 시대의 진짜 호러물이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