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uash Blossom(호박꽃)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김은정 | 2010|Experimental|B&W|16mm(Beta)|17min

SYNOPSIS

이 영화는 댄스필름의 형식을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무용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여서가 아닌 움직임간의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볼 수 있겠다. 홈비디오로 기록된 영상은 필름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 후 필름을 재료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사진과 같이 정지된 화면을 지닌 각 프레임마다의 정지된 동작들로부터 다시 움직임의 가능성을 읽어내고 그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여 움직임으로 연결 혹은 관계 지었다. 또한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무용동작의 내포된 의미 혹은 무대 위의 무용수가 표현하고 있는 감정, 기억들을 이미지화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댄스필름으로 의미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DIRECTING INTENTION

Squash란 단어는 '짓누르다, 으깨다, 찌부러뜨리다, (생각 등을) 억압[진압]하다' 등의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또한 squash blossom은 단어자체로 호박꽃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의 개인적 경험(사건)은 영화 속의 주된 두 개의 시선으로 끊임없이 반복적 충돌을 일으키며 보여진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무용창작품으로 그 교착지점에 다다르게 되어 무용수의 감정 혹은 안무가 가진 내포적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생의 입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앞에 두고 흐른 3년이란 시간동안 그 안에서 농밀히 관찰되는 가족, 비록 영화 속에선 분명히 들어나진 않지만 한국의 무용입시의 양상을 알게 되면서 이 모든 기억 혹은 감정을 개인적인 시점에서 바라보고 받아드리며 자아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담은 작업이다.

FESTIVAL & AWARDS

2010 제7회 서울국제실험영화제

DIRECTOR
김은정

김은정

2006 < Einfhlung >

2008 < 새 >

2009 < Self-portrait >

STAFF

연출 김은정
제작 김은정
촬영 김은정
편집 김은정

PROGRAM NOTE

은 이른바 ‘실험영화’의 역사에서 큰 봉우리로 자리한 두 흐름을 함께 시도하기에 흥미로운 작품이다. 첫 번째는, ‘댄스필름’의 형식이다. 카메라와 움직임을 함께하며 이미지 구성의 책임을 나누는 피사체인 무대 위댄서가 연출자 자신이라는 점은, 이 영화를 빼어난 춤꾼이자 아방가르드 영화감독이었던 마야 데렌의 자장에 놓게 한다. 연속적인 공연의 시공과는 달리, 그녀의 움직임은 단속적인 포토그램들의 배열 위에 편집과 광학 효과로 새롭게탐구된다. 떨리고 꼬이는 관절과 근육이 이루는 빛과 그림자는 몸의 현전을 완강하게 증거한다. 영화 속 침묵이 자아내는 일정한 리듬 속에서 춤을 이어가며 그녀는 변하고, 죽고, 다시 태어난다. 한편, 그녀의 얼굴과 사지의 제스추어가정지하는 찰나 속에서 이루어내는 표정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는 요나스 메카스 같은 이가 발명한 세계,곧 일기나 사적 기록 형식을 통한 정동(affection)의 영화이다. 무대 위에 선 무용수보다 어려 보이는 여학생이 반복하는 동작 연습 신과 가족 나들이 장면은, 감독의 해설에 따르면 입시를 준비하던 동생과 가족에 대한 기억이다. 지나간순간에 느꼈던 행복의 인상, 그 공기를 담아내는 이미지들. 겨울 바다에서 딸의 옷깃을 여며주는 어머니의 손길, 서로에게 다가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빛나는 얼굴, 딸을 향해 활짝 웃으며 들어올리는 아버지의 팔 동작은 바다의 물결이 되고, 그 감정의 파동은 무대 위에서 팔을 뻗고 있는 딸의 손끝에 다시 가 닿는다. 사랑했던 날들의 흔적, 기쁨으로떨렸던 내면의 움직임은 사라지지 않고, 우주 어딘가에 남아 있으리라. 영화 말미, 연습실에서 딱 한 번 들려오는 “오케이, 시작”이라는 말소리, 그에 맞춰 도약하는 소녀의 이미지는 이제 막 세상 속으로 나서려하는 동생에게 보내는 언니의 응원가가 아닐는지.

신은실/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