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워봐서 알아요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단편애니메이션초청

이우정 | 2009|Fiction|Color|35mm|25min

SYNOPSIS

초등학교 선생님인 다은은 남자친구 재원과 헤어지고, 자기 반 학생 아영의 뒤를 쫓는다.
그 시간, 동생 유은은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미친년처럼 채팅을 하고 서울역에서 그를 기다린다.

DIRECTING INTENTION

이게 아닌 걸 아는 데, 자꾸 몸이 외각으로 빠져 나간다.

FESTIVAL & AWARDS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2009)

DIRECTOR
이우정

이우정

2006 < 카레 한 냄비 >
2007 < 우리들이 있었다 >
2008 < 송한나 >
2009 < 옷 젖는 건 괜찮아 >

STAFF

연출 : 이우정
제작 : 김일권
각본 : 이우정
촬영 : 김태수
편집 : 박경숙
조명 : 최강훈
미술 : 허자연
음향 : 조우진
출연 : 최희진, 박민영, 이새별, 김태훈

PROGRAM NOTE

그들이 본 광경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대는 선생님에게, 초등학생 아이는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라고 서슴없이 대답한다. 아이에게는 어른에겐 어려운 이 상황이 전혀 어렵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아이는 어른에게는 당연한 일을, 그러니까 ‘선생님이 국어와 도덕과 과학과 모든 걸 다 가르치는 일’을 ‘신기하다’고 표현한다. 당연한 것이 신기하고 이상한 것이 당연한, 그것이 현실의 모습이다.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치는 초등학생 아이에게 사로잡히고 대신 남자친구를 거절한다. 선생님의 동생은 자신의 애인에게 거절당하자 다른 남자를 찾아 나선다.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는 이상한 일이 자꾸 반복되는 영화다. 상황이 반복되고 집과 학교의 장소가 반복된다. 나이 많은 남자가 약속 시간에 늦는 동안, 선생님은 시간이 잘못 표시된 시계 문제를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못한다. 동생이 나이 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는 동안 초등학생 아이는 변태 아저씨를 지켜본다. 반복이 이어지면서 관계는 어긋나며 이상하지 않았던 현실의 이상한 모습이 더 거칠게 드러난다. 모든 일의 기저에는 성적 욕망이 숨어있다. 그건 발정기가 되면 개들이 하는 행동과 똑같으며 단지 삶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이건 지켜보기에 상당히 민망하고, 어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가장 이해 못할 것 같은 어린아이가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라며 다 이해한다고 대답하는, 참으로 이상한 반복이 삶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 욕망이 폭발하는 순간, 남자친구가 모욕당한 기분이라며 선생님의 여동생을 내 치고, 선생님이 마치 개처럼 의자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 순간, 인간은 집에서 키우는 개와 많이 다르면서도 또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상한 삶이다.

김이환/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